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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비영리법인의 합병분할은 가능한가_황인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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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1 작성일24-05-09 10:14 조회60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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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영리법인의 합병분할은 가능한가

 

재단법인 동천 황인형 변호사

 

(이 글은 재단법인 두잉굿센터의 비영리 거버넌스 인사이드 통권 15호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popia.org/board/bbs/board.php?bo_table=4_governance_05&wr_id=28

 

비영리법인의 규모가 커지거나 지부의 숫자가 늘어나 관리감독의 부담이 늘면,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법인을 분할할 필요성이 생기게 된다. 반대로, 여러 조직의 통합을 통해 사업의 효과적인 추진을 도모하고자 할 수도 있다. 이 때 법인의 운영자는 자연히 법인의 분할 또는 합병을 고려하게 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민법상 비영리법인의 합병이나 분할은 불가능하다.

 

상법상의 회사는 합병과 분할이 모두 가능하다. 합병과 분할의 효과는 권리의무의 승계다. 예를 들어, 상법상 두 회사가 합병하는 경우, “합병후 존속한 회사 또는 합병으로 인하여 설립된 회사는 합병으로 인하여 소멸된 회사의 권리의무를 승계한다”(상법 제235). 주식회사가 분할하는 경우, “단순분할신설회사, 분할승계회사 또는 분할합병 신설회사는 분할회사의 권리와 의무를 분할계획서 또는 분할합병계약서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승계한다”(상법 제530조의1). 참고로 사회복지법인은 합병만 할 수 있고(사회복지사업법 제30), 협동조합은 합병과 분할이 모두 가능하다(협동조합기본법 제56).

 

그런데 민법은 이런 승계효과를 갖는 제도를 두고 있지 않다. 현재로서는 비영리법인이 조직을 합치거나 나눌 때에는 어쩔 수 없이 (1) 법인의 모든 자산을 다른 법인에 넘겨주고 해산하여 합병절차를 대신하거나, (2)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여 필요한 자산을 넘겨주는 방식으로 분할절차를 대신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자. 사단법인이 별도의 법인격이 없는 지부를 별도의 법인으로 독립시킨다고 했을 때, 분할제도가 없으므로 법인을 신규 설립해야 하므로 지부는 정관을 작성해 창립총회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기존 법인과 신설 법인의 정관의 내용이 유사하더라도, 주무관청에 따라 다른 시각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생긴다. 성격이나 지역이 다른 다양한 사업이 혼재하는 경우 허가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어 미리 담당자와 협의하지 않으면 뒤늦게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협의가 잘 되지 않는다면 정관을 수정해 창립총회를 다시 개최하고 공증을 받아야 한다.

 

운영에 필요한 자산(부동산, 임차보증금 채권, 각종 집기 등)의 양도가 이루어져야 하므로 미리 준비해두어야 한다. 사단법인은 기본재산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지만, 주무관청이 재량으로 기본재산의 납입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지부가 자체적으로 취득관리해온 재산을 활용하고자 하는 때에도, 회계상으로는 기존 법인의 소유재산이기 때문에 자산의 처분에 관한 모법인의 총회 결의가 있어야 한다. 기존 법인의 기본재산을 일부 처분해야 하는 경우라면, 정관변경에 준하여 기존 법인도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부의 폐쇄 결의, 이에 따른 등기 변경도 필요하다.

 

법률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주요 자산별로 증여계약을 체결한 후 자산을 양도한다. 신설 법인은 대개 세법상 공익법인이 아닐 것이므로, 이 때 출연된 재산에 대해서 증여세 면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 비영리법인 간 자산의 양도 시 취득세, 등록면허세 등 지방세의 면세에 관한 특례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니 납부 의무를 진다. 고용관계, 각종 보험과 퇴직연금의 변경, 은행 계좌의 개설, 사업자등록 및 고유번호증의 신규발급 등의 절차도 수반되어야 하는데, 기존에 수행 중이던 보조사업이나 지원사업과의 관계에서 변경 처리도 복잡해진다. 기존 법인의 업력을 물려받지 못하게 되는 데 따르는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

 

이처럼 합병분할을 통해 권리의무를 승계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됨에 따라, 비영리법인은 조직이 비대하거나 과소하여 활동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참고 견디거나, 공익을 위해 쓰일 수 있었을 자원의 소모를 감수해가며 번거로운 개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민법이 제정된 이래 65년이 흐르는 동안 한국사회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했지만, 법률은 그대로인 탓이다. 현재 법무부는 민법개정위원회를 꾸려 전면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 개정안이 공개되는 시점을 지금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더 이상 비영리법인 합병분할 제도의 도입을 지체할 이유는 없기에 이번에는 반드시 개선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