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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외국인에 대한 국민건강보험제도 헌법재판소 결정_이환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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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24-04-03 13:48 조회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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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에 대한 국민건강보험제도 헌법재판소 결정

재단법인 동천 이환희  변호사


[사건의 배경]

2019. 1. 15. 국민건강보험법이 개정되어서, 외국인들은 과거에는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었다가, 개정법률이 시행된 2019. 7. 16.부터는 대한민국에서 적법하게 체류하는 외국인으로 체류기간이 6개월 이상이 되는 경우에는 국민건강보험에 지역가입자로 자동적으로 가입되도록 변경되었다. 

 

변경된 국민건강보험 제도에 따라 각각 우즈베키스탄(고려인) 국적, 시리아 국적 외국인들인 청구인들은 본인과 그들의 가족들(어머니, 성년의 자녀 등)이 모두 국민건강보험에 지역가입자가 되었고, 매월 보험료도 청구인 본인, 청구인의 어머니, 청구인의 성년의 자녀에게 각각 별도로 부과되었으며, 그들이 납부하는 보험료는 내국인 가입자가 납부하는 것에 비해 훨씬 고액이다.

 

청구인들은 외국인의 보험료 산정방식,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은 경우의 불이익에 관한 국민건강보험법 규정과, 보건복지부 고시의 규정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심판대상조항]

2019년경 시행되기 시작한 개정 외국인 건강보험제도는 아래와 같다.

국민건강보험법(2019. 1. 15. 법률 제16238호로 개정된 것) 109조 제10(이하 보험급여제한 조항’): 보험료를 1회만 체납하여도 보험급여를 중지시켜 의료보장을 받지 못하도록 함.

② 출입국관리법(2019. 4. 23. 법률 제16344호로 개정된 것) 78조 제2항 제3(이하 정보요청조항’): 건강보험료 체납정보를 외국인의 체류허가 연장 여부 심사에 제공하도록 함.

장기체류 재외국민 및 외국인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기준’(2019. 7. 11. 보건복지부고시 제2019-151호로 개정되고, 2021. 2. 26. 보건복지부고시 제2021-6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6조 제1항에 의한 별표2 1호 단서(이하 보험료하한조항): 당연가입된 외국인 지역가입자에게 가입자의 실제 소득재산을 고려하지 않은 채 높은 보험료 하한을 적용하도록 함.

장기체류 재외국민 및 외국인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기준’(2019. 7. 11. 보건복지부고시 제2019-151호로 개정되고, 2021. 2. 26. 보건복지부고시 제2021-6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6조 제1항에 의한 별표2 4(이하 세대구성조항’):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에게만 같이 거주하는 가족을 한 세대로 인정하지 않고 개인을 기본 단위로 하여 이들 각각에게 모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도록 함.

 

[결정의 주요 내용]

헌법재판소는 위의 보험혜택중단 조항에 대하여, 내국인 등 지역가입자와 비교해볼 때 합리적인 수준을 현저히 벗어나 외국인 지역가입자인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여 헌법불합치판결을 선고하였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위 ②의 정보요청조항에 대하여는 재량적 규정이어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 요건이 결여되었다는 이유로 각하결정을, ③의 보험료하한 조항에 대하여는 차별취급의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결정을, ④의 세대구성 조항에 대하여는 외국인등록제도의 미비점, 한정된 행정력의 한계 등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현저히 자의적인 차별취급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결정을 선고하였다.

 

[평석]

내국인은 보험료를 6회 이상 납부하지 않는 경우 당연히 보험혜택이 중단되는 것이 아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별도로 보험혜택을 중단한다는 처분을 하여야만 효력이 발생한다. 또한 체납 보험료에 대하여 공단으로부터 분할납부 승인을 받고 그 승인된 보험료를 1회 이상 낸 경우에는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입자가 밀린 보험료를 다 납부하거나, 분할납부 승인을 받은 체납보험료를 1회 이상 납부한 경우에는 보험혜택이 중단된 동안 행해진 병원 진료비용에 대해서도 소급적으로 보험혜택을 적용하여 준다.

 

이에 반해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보험혜택제한 조항에 따라 위의 예외들이 모두 적용배제된다는 차별취급을 받으므로, 1번만 보험료를 내지 않더라도 그 다음 달부터는 보험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 경우 병원 진료비는 가입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며, 나중에 밀린 보험료를 내더라도 그 전에 이미 자기가 전액 부담한 병원 진료비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보험혜택중단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은, 건강보험과 같은 사회보장의 영역에서 내·외국인 간 처우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외국인에 대해서만 징벌에 가까울 정도로 차별적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우리 헌법의 평등권 측면에서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였다는 의의가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체납 이후 적용되는 보험혜택중단 조항의 위헌성만 확인 하였을 뿐, 체납 이전의 높은 보험료하한 및 내국인과 다른 세대구성조항과 같은 외국인 건강보험제도의 기초가 되는 조항의 위헌성은 인정하지 않아 큰 아쉬움이 남는다.

 

내국인의 경우 가입자의 소득 및 재산 수준에 따라 지역보험료를 산정하여 부과하는 반면, 외국인의 경우 개인 소득·재산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전체가입자의 평균보험료에 해당하는 150,990(2024. 1. 기준) 납부해야 한다.

이에 더해 주민등록 상의 주소지를 기준으로 같은 세대에 거주하는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미혼인 형제자매,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존속 등을 세대원으로 등록할 수 있는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등록 대상은 배우자 및 19세 미만의 자녀로 제한되었다. 이에 세대주의 고령 부모 및 성년 자녀에게도 소득활동 가능 여부와 상관없이 각 동일한 보험료가 부과되어 실제 세대 당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의 부담은 훨씬 크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법무부는 건강보험료 체납 정보를 공유하여 보험료를 체납한 외국인에 대해 체류연장허가 기간·횟수를 제한하거나 체류를 불허하는 등 이를 체류연장의 조건으로 삼고 있다. 이로 인해 외국인이 경제적으로 고액의 보험료를 납부하기 어렵게 된 경우 보험급여 중단뿐만 아니라 체류자격 제한이라는 이중제재가 가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 건강보험제도가 임의가입에서 당연가입으로 전환되면서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 외국인들에게 가중된 지역보험료 부담은, 체납에 따른 보험혜택 중단 및 체류연장 제한으로까지 이어져 외국인의 건강과 체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생명·건강과 직결된 외국인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사회보험제도로서의 본래 취지를 회복하는 재개정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