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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난민재신청자의 생존권에 관하여_이환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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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23-07-07 16:34 조회50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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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재신청자의 생존권에 관하여

재단법인 동천 이환희  변호사


작년 한국의 난민인정률(해당연도 심사결정자 수 대비 인정자 비율) 2.03%였다. 이는 20190.4%, 20200.4%, 20211% 보다 약간 상승한 수치이나,[1] 2021 EU 평균 난민인정률이 35%인 것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매우 낮다. 2021년 기준 주요 20개국(G20 중 유럽연합을 제외한 19개국) 중에서는 18[2], OECD 가입 국가 중에서도 거의 최저이다. 이러한 구조는 필연적으로 다수의 난민신청자가 다시 난민신청(이하 난민재신청또는 난민재신청자라고 함)을 할 수 밖에 없는 결과로 이어지는데, 실제로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1,715건의 재신청이 있었다.[3]

 

그러나 법무부는 난민법 시행 이후 난민재신청을 제한하는 정책을 지속 운영해왔고, 최근 공개된 난민 체류지침에 따르면 난민재신청의 경우 일률적으로 체류자격 연장을 거부하고 출국기한만을 유예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곧 난민신청자 자격(G-1)으로 받았던 외국인등록증을 뺏기고, 적법한 체류자격을 박탈당하며,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 형태로 받을 수 있는 취업허가 역시 받을 수 없음을 뜻한다. 난민법 제44조에서는 난민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이 중대한 사정 변경 없이 다시 난민인정을 신청한 경우에도 취업허가는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당국은 난민재신청자는 체류자격을 줄 수 없으므로 취업허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어, 난민재신청자들은 난민심사가 진행되는 몇 년의 긴 시간 동안 취업을 통한 최소한의 생계 유지마저도 위협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사실상 출국을 강요하는 것이어서 강제송환금지 원칙에 위반되고, 난민의 기본적 생존권을 보장하도록 하는 난민협약 및 기타 국제규범에 반하는 것이며,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할 권리를 박탈하는 것으로 위헌적이다.

 

이에 202261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무부장관에게 난민재신청자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발급하도록 하고, 심사 시간이 부득이하게 장기화될 경우 최소한의 생존 보장을 위한 지원 또는 취업 허가 등의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유엔난민기구도 202112월 지연 또는 지체된 난민시청이 그 자체로 남용적 또는 거짓의 신청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비호신청인은 재신청이 심사되는 동안 신분증명서류가 발급되어야 하고 생계유지를 위해 노동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포함하여 최소생활수준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해외 입법례를 살펴보아도 독일, 영국, 프랑스, 호주, 미국 등의 국가에서 난민재신청을 하였다고 하여 취업이 전면적으로 제한되는 곳은 없다.

 

법무부는 위 국가인권위원회 의견 표명에 대하여 무분별한 재신청 허용에 따른 부작용이 문제되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답변하였다. 법무부는 이에 더해 난민재신청자 등에 대해 면접조사를 생략하고 이의신청 등 불복의 기회를 박탈하겠다는 내용의 난민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유엔난민기구는 위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에서 재신청에 있어 주장의 실질에 대한 검토를 필요로 하는 새로운 요소가 발생 제시되었는지를 사전심사 할 수는 있겠으나, 이는 이전 절차에서 주장이 온전히 본안 심사를 받은 경우에만 정당화된다고 밝혔다.

 

한국의 난민심사제도 하에서 난민신청자는 온전한 심사를 받았다고 평가할 수 없다. 난민행정은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지 않고, 난민심사를 담당하는 심사관이 전국 4명에 불과하는 등 인프라가 대단히 부족하며, 이들에게 부과된 의무를 분담하는 난민전담공무원의 전문성 역시 보장되고 있지 않다. 난민 신청 및 심사 과정에서 난민신청자들은 통역이나 법률조력 등 여타의 조력을 받을 기회자체가 부재하며, 난민신청자의 절차적 권리 보장이 미흡하고, 난민심사의 내실 보다는 심사 적체를 줄이기 위한 빠른 심사에 치중하여 모든 행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등 한국의 난민심사 역량은 대단히 미흡하다.

 

법무부는 다수의 재신청이란 결과를 야기시키는 위와 같은 문제는 모두 등한시 한 채 그저 난민재신청자에 대해 체류연장 목적의 남용적 난민신청자라는 낙인을 찍어왔고, 더 나아가 이들이 한국에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노동권 마저 전면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불완전하고 충실하지 못한 난민 심사로 대량의 난민 재신청자를 양산하고 있는 법무부는 난민재신청자의 체류권 및 생존권을 침해하는 정책을 폐기하고, 난민심사제도를 개선하며, 난민재신청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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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민인권센터 통계연구소, [통계] 국내 난민 현황 (2022.12.31.기준) https://nancen.org/2344

[2] 연합뉴스, [팩트체크] 한국, 난민 지위 인정 최하위권? https://www.yna.co.kr/view/AKR20210826025300502 

[3] 법무부 정보공개청구 결정내역 난민재신청자 현황 및 난민재신청자 체류허가제한 정책 현황 질의’ (접수번호 10132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