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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은 법무법인(유한) 태평양과 협력하여 난민, 이주외국인, 사회적경제, 장애인, 북한/탈북민, 여성/청소년, 복지 등 7개 영역에서 사회적 약자가 인권침해 및 차별을 받는 경우와 공익인권 단체의 운영에 있어 법률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 공익소송 및 자문을 포함한 법률지원, 정책·법 제도 개선 및 연구, 입법지원 활동 등 체계적인 공익법률지원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난민 | [난민] 난민신청자 지원과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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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14-02-26 00:00 조회2,08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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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리에서 오신 난민신청자 세이두(남·가명)씨가 2월 13일 행정법원에서 본인신문을 마쳤습니다. 당일 김연주 변호사님, 이다은 인턴님과 함께 법원을 찾아 세이두씨의 본인신문 과정을 지켜보고 왔습니다. 본인신문이 끝나고 세이두씨는 변호사님들과 제게 고맙다는 인사를 거듭했습니다. 세이두씨 본인의 노력과 변호사님들의 열정에 비하면 사실 제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는데 덩달아 감사인사를 받게 되어 민망했던 순간입니다. 헤어지기 전 세이두씨와 악수를 나누며 몇 개월 동안의 세이두씨와의 만남이 머리 속에 스쳐갔습니다. 
  
  개인적으로 세이두씨는 동천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된 난민신청자이십니다. 만남 전 세이두씨의 이전 난민신청서류를 검토하며 받은 느낌은 여느 다른 난민신청자분들과 마찬가지로 본국에서의 박해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자료가 다소 부족하고 과거 출입국사무소에서의 진술기록을 통해서는 난민신청자의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가 어려워 보이는 등 난민지위를 인정받기 애매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난 해 겨울 동천에서의 첫 면담을 가졌던 날 저는 통역인으로 면담에 참석하여 세이두씨를 실제로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세이두씨가 워낙 젊고 건강해 보여서 처음 봤을 때는 속으로 저보다 어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어린 나이에 말리에서 여러 나라를 거쳐 우리나라 까지 오면서 많이 힘들었겠다’라는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면담이 시작되고 세이두씨의 생년월일을 묻는 변호사님의 질문에 세이두씨가 30대 초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난민신청자 면담 통역을 하면서 긴장된 마음과 저보다 어릴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제 마음대로 23살이라고 통역해버리고 나서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실제 나이로 정정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 날 면담을 시작으로 몇 개월 동안 세이두씨의 난민지위인정소송을 담당해오신 태평양의 한창완 변호사님과 이한길 변호사님, 그리고 동천에서 여러 난민소송을 지원하고 계시는 김연주 변호사님의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늦은 밤에도 주말에도 세이두씨의 소송자료를 검토하시던 변호사님들의 열정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 난민신청자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이러한 중요한 소송에 제가 오히려 폐를 끼치지는 않을까 한편으로 걱정이 앞섰습니다. 수차례 면담을 통역하면서 세이두씨의 의견을 제가 100%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러웠지만 면담을 마치고 항상 고맙다는 말을 건내는 세이두씨를 보면서 저의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소송준비에 큰 도움은 되지 못하더라도 세이두씨의 박해사유에 관한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들을 하나라도 더 조사하려 애쓰면서 아프리카 내의 종교갈등에 대한 많은 자료를 찾아 보았습니다. 

  아프리카 대륙 내 종교갈등, 특히 이슬람교와 기독교 간의 종교갈등은 국제적으로도 대단히 큰 인권이슈입니다. 이러한 종교적 문제는 연애, 혼인 등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해야 마땅한 사안에까지 개입하여 개인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말리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의 정부는 종교로 인해 박해받는 국민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고 때로는 정부가 직접적으로 국민에 대한 박해를 가하기도 하고 있습니다. 세이두씨의 본국인 말리는 이슬람교 신자가 인구의 대부분인 이슬람국가로써 최근에는 탈레반 등 이슬람무장세력에 의해 기독교 신자들이 박해를 받고 있습니다. 세이두씨 역시 기독교 여성과 혼인했다는 이유로 가족으로부터 혼인을 인정받지 못하고 살해위협을 받는 등의 이유로 우리나라까지 와서 난민지위를 신청했습니다. 세이두씨가 가족을 피해 제3국에서 체류 중이던 몇 년 전 마지막으로 만났다는 아내 역시 최근 말리에서 급증하고 있는 기독교 신자에 대한 이슬람교의 박해를 피해 다른 나라로 피난을 갔다고 합니다. 세이두씨 부부는 이러한 아프리카 대륙 내 종교갈등으로 몇 년 동안 전화통화 만으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세이두씨는 난민지위를 인정받고 아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체류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비자 상 문제로 국내에서 일을 할 수 없는 세이두씨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생활을 겨우 유지해가고 있습니다. 난민지위인정을 받더라도 최종적으로 인정받을 때까지 국내에서의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난민법 시행 이전에 난민인정신청을 했기 때문에 난민법에 규정된 난민신청자의 권리를 얻지 못하고 국내에서의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세이두씨는 국내 난민법과 행정이 아직까지 중대한 문제들을 안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난민신청자와 면담 통역인의 관계로 만난 세이두씨와 저는 첫 만남 당시에만 해도 어색한 마음에 짧은 인사만 나눴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세이두씨와 저 둘 다 축구와 힙합을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서로의 관심사에 관한 잡담을 나누면서 금방 어색함을 허물고 친구가 되었습니다. 또 소송준비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자 하는 서로의 모습을 보며 강한 신뢰를 쌓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옆에서 개인적으로 지켜본 세이두씨는 겉모습이나 말투는 무뚝뚝해 보일 수 있지만, 항상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대방에게 진심을 표현하는 습관이 몸에 베어있는, 축구를 정말 좋아해서 축구 이야기만 나오면 어린 아이처럼 웃는 순수한 친구입니다. 증인신문이 끝나고 일주일 뒤 세이구씨가 "How are you doing bro. I want to tell you that you have been so helpful to me. I can't express it in words that how much I thank you and Yeonju. I am praying for us all. Have a good night" 라는 내용의 안부문자를 보내줘 동천에서의 인턴활동이 끝난 뒤 허전했던 제 마음을 오히려 더 큰 고마움과 보람으로 채워주었습니다. 

  2월 13일 진행된 세이두씨의 본인신문에서 세이두씨는 법원 내의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도 차분하게 임하며 질문들에 대답하셨습니다. 세이두씨의 모국어 통역이 지원될 수 없는 사정으로 본인신문이 영어로 진행되었지만 세이두씨가 잘 해내셨다고 생각합니다. 세이두씨의 난민소송 결과는 오는 3월 초 예정된 기일 이후 조만간 나올 예정입니다. 세이두씨의 난민지위가 인정되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세이두씨가 이번 소송을 통해 희망을 조금이나마 더 키울 수 있게 되었기를 기대합니다. 

 본국과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 몇 년동안 힘든 나날을 보내오면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 세이두씨, 그리고 앞으로도 세이구씨를 포함 국내 난민들을 위해서 프로보노 활동에 힘쓰실 한창완 변호사님, 이한길 변호사님, 김연주 변호사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리걸클리닉을 통해 이번 소송에 도움을 주고 계신 분들 모두모두 앞으로 계속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