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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11.0 다시 쓰는 시민계약](1)우리는 모두 국민인가[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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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17-12-31 00:00 조회9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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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간 굳어져 온 개념, 모든 인간을 ‘국민’ 단일 범주에 묶어놔
ㆍ최근 ‘시민권’ 개념 논의 활발…동포애·단일 민족 등도 손봐야
ㆍ‘국민국가’에서 ‘거주자국가·납세자국가’로 개념 바뀔 수도 

2010년 10월 미국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에서 연방대법원 판결에 항의하는 시위대들이 미국 헌법의 유명한 첫 구절 ‘위 더 피플(We the People)’이 적힌 대형 펼침막을 설치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일본 헌법을 만들면서 피플(people)을 인민(人民)으로 번역했다. ‘위 더 피플’은 백악관 청원 사이트 이름으로도 쓰이고 있다. 당시 연방대법원은 기업과 노동조합의 정치자금 제공을 금지한 선거법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게티이미지

2010년 10월 미국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에서 연방대법원 판결에 항의하는 시위대들이 미국 헌법의 유명한 첫 구절 ‘위 더 피플(We the People)’이 적힌 대형 펼침막을 설치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일본 헌법을 만들면서 피플(people)을 인민(人民)으로 번역했다. ‘위 더 피플’은 백악관 청원 사이트 이름으로도 쓰이고 있다. 당시 연방대법원은 기업과 노동조합의 정치자금 제공을 금지한 선거법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게티이미지

한국의 헌법이 기본권의 주체를 다른 대부분 나라와 달리 ‘국민’으로 정한 것은 1948년 제헌헌법부터다.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 헌법에서는 ‘인민’이다. 가령 3조를 보면 “대한민국의 인민은 귀천과 부귀의 계급이 무(無)하고 일절 평등임”이다. 제헌헌법을 기초한 유진오도 초안에서 인민으로 적었고 이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하지만 윤치영을 비롯한 의원들이 “인민이란 말은 지긋지긋하다”며 감정적으로 반대했다. 윤치영은 일제강점기인 1941년 황국신민화 운동을 전개했다가 <친일인명사전>에 올랐다. 조봉암은 “최근에 공산당 측에서 인민이란 문구를 잘 쓴다고 해서 일부러 인민이란 정당히 써야 될 문구를 기피하는 것은 대단히 섭섭한 일”이라고 했다.  

한국 이외에 헌법의 주어를 국민으로 정한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을 차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더글러스 맥아더 연합국최고사령관총사령부(GHQ)가 작성한 일본국 헌법의 초안은 ‘우리 일본국 인민(我等日本國人民)’으로 시작한다. 미국 헌법이 ‘우리 미국 인민(We the People of the United States)’인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본은 이에 반대하고 ‘국민’을 고집해 ‘일본 국민(日本國民)’으로 바꾸어낸다. 그리고 새 헌법 시행 전날인 1947년 5월2일 일왕의 마지막 칙령으로 조선인을 외국인으로 만든다. 칙령에는 “대만인 가운데 내무장관이 정한 사람과 조선사람은 당분간 외국인으로 간주한다”라고 써 있었다. 그리고 1952년 4월28일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발효일에 조선인은 법무성 민사국장의 통달로 완전히 외국인이 된다. 통달은 법령도 아니고 일종의 사무지침이다. 

독일 헌법이 새겨진 베를린 연방의회의사당 유리벽의 모습. ‘모든 인간(Alle Menschen)은 법 앞에 평등하다.’ 독일 헌법 3조이다. 하지만 한국 헌법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이다. 이제는 국민을 사람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시민사회는 주장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독일 헌법이 새겨진 베를린 연방의회의사당 유리벽의 모습. ‘모든 인간(Alle Menschen)은 법 앞에 평등하다.’ 독일 헌법 3조이다. 하지만 한국 헌법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이다. 이제는 국민을 사람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시민사회는 주장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제헌헌법부터 기본권장 표제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이고 1987년 개헌에서도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1988년 현행 헌법이 시행되면서 헌법재판소가 출범했고 기본권을 요구하는 외국인들의 헌법소송이 시작됐다.  

헌재는 “국민에는 외국인이 포함된다”는 결정을 내린다. 사전적 의미를 뛰어넘은 것이다. 이 때문에 김종대 전 재판관 같은 이들은 강력하게 반대했다. “우리 헌법 문언상 외국인은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중략) 건국헌법 제정 당시 기본권 규정에서 기본권의 주체로 인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인가 국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인가를 두고 논쟁이 있었는데 논쟁 끝에 결국 국민이라는 용어로 결단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결국 개헌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얘기다.  

헌법부터 국민을 강조하면서 국민 개념은 일상으로 파고들었다. 대학원 졸업시험 외국어 과목을 정하는 것조차도 출생지나 학적이 아닌 국적을 기준으로 삼는다. 박명규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한국 사회는 국민 과잉이다. 헌법 일부 조항을 비롯해 국적이 필요한 곳이 있다. 그래도 국적은 다양한 분류기준 가운데 하나이지 최상위는 아니다. 졸업자격을 다루는데 왜 국적이 등장하느냐”고 했다. 그는 뿌리 깊은 국적주의가 헌법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개인으로서 보편적 권리를 말하는 데 익숙하지 못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틀 안에서 생각한다. 그런데 헌법에 국민이란 표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우리는 모든 인간을 국민이라는 단일 범주에 묶고 있다. 이제 국민, 시민, 주민 등의 다양한 권리를 인정해 병치도 시키고, 분리도 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헌재가 기본권 주체를 사람이라고 선언했지만 일부 조항에 국한된다. 적잖은 기본권이 여전히 국민의 것이다. 참정권이 대표적이다. 외국인은 대선이나 총선에 참여할 수 없다. 다만 지방 참정권은 영주권을 취득하고 3년이 지나면 가능하다. 세계적으로도 비슷해서 유럽연합(EU)이나 영국연방 일부를 제외하면 외국인에게는 국정 참정권이 없다. 이유는 주권자는 국민이라는 국민주권 국가의 이념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은 국적의 의미를 한층 강화했다. 2007년 헌재가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2009년부터 전 세계 한국인에게 국정 참정권이 주어졌다. 하루도 한국에서 살지 않았어도 국적만 있으면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생겼다.  

[헌법 11.0 다시 쓰는 시민계약](1)우리는 모두 국민인가

그런데 재외국민 참여가 가능해진 첫 선거인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재외국민 투표율은 2.53%와 7.08%에 불과했다. 거주하는 공동체가 아닌 곳의 정치에 국적자라는 이유만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효고현 고베시에서 활동하는 재일코리안 2세 양영자 일본 변호사(61)가 대표적이다. 자신의 공동체는 일본이기 때문에 투표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의 방향과 미래가 나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판단하기 어렵다. 더구나 일본에서 한국 상황에 관해 구체적으로 알지도 못한다”고 했다. 그는 정작 나고 자란 일본에서 한국 국적을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다. 재판소의 조정위원으로 효고현변호사회의 추천을 계속 받았지만 재판소가 거부했다. 일본 법조계는 “재판소가 이유를 밝히지 않지만 국적을 문제 삼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는 개념이 시민권이다. 현재 헌재는 국민이 주어인 헌법 조항들 가운데 외국인을 포함한다고 해석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하나씩 결정하고 있는데, 이는 기본권이 ‘인간의 권리(외국인 포함)’와 ‘국민의 권리(외국인 제외)’로 나뉜다는 학설에 바탕한 것이다. 대체로 인간의 권리에는 최소한의 인권, 국민의 권리에는 사회적인 복지까지 포함된다. 시민권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국민의 권리와 인간의 권리가 쉽게 나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강사인 이다혜 박사는 “헌재의 입장은 외국인에게는 인간의 권리만 보장하면 된다는 것인데, 이 땅에 사는 외국인, 특히 노동을 통해 생활을 영위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어려움과 부정의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기본권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최근 미등록자(불법체류자)의 노동조합 설립권한을 인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현행 헌법 여러 곳에 언급돼 있는 민족도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황필규 변호사는 “민족을 강조하는 헌법 조항이 있는 이상 헌법의 주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바꾸어도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는 “차별금지 조항에 장애 등 기존 소수자 외에 인종, 민족, 국적 등을 포함시키고, 단일 민족성을 강조하는 규정은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헌법전문),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며’(69조) 등이다. 황 변호사는 “국가 운영은 다양한 갈등 요소를 발견하고 해소하는 것인데 우리 공동체 구성원으로 이미 외국인이 존재한다”면서 “대한민국임시정부도 일종의 난민정부였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난민 정치인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보자”고 했다.  

재외동포에 대한 우대도 점검이 필요하다. 재외동포는 관련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였던 사람(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에 국외로 이주한 동포를 포함한다)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서 외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이다.  

이 규정대로라면 이른바 ‘민족의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재외동포도 가능하다. 가령 동남아시아 어느 나라 사람이 한국에 귀화했다가 본국으로 돌아가 그 나라 국적을 회복하고 원주민과 결혼해 낳은 아이들은 한국의 재외동포다. 과거 한반도에서 살았던 조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심리적 동질감을 준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국내에서 살아온 외국 국적자보다 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주장이다. 현행 헌법의 전문에 동포애가 등장한다.  

국민도, 국민국가도 영원불멸한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국민국가의 개념이 갈수록 약해진다. 당장 요새는 국민총생산(GNP) 대신 국내총생산(GDP)을 많이 쓴다. 국민국가는 200~300년 전에 발명되어서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했다. 하지만 언젠가 거주자국가, 납세자국가로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국민국가라는 진입장벽이 언제까지나 유효한 것은 아니다. 수많은 과거 제도들의 운명과 마찬가지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이범준 사법전문기자, 임아영·김경학·김한솔 기자 

■ 도움말 = 박명규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샤론 윤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이다혜 서울대 로스쿨 강사, 이석연 전 법제처장, 이황희 헌법연구관, 임성희 헌법연구관, 정희찬 안국법률사무소 변호사,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최유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김기영 미국 쿠파 선임 엔지니어링 매니저, 데이비드 림 미국변호사, 로이 홍 미국간호사노동조합 조직국장, 양영자 일본 후타바법률사무소 변호사, 폴 서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검찰청 검사, 황문석 일본 고베세종법률사무소 변호사

 

■ 참고문헌 = 박명규 <국민·인민·시민>, 이다혜 <시민권과 이주노동>, 코세키 쇼오이찌 <일본국 헌법의 탄생>,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재단법인 동천 편집 <이주민법연구>, 정종섭 편집 <한국헌법사문류>, 2009년 국회의장 자문기구 헌법연구 자문위원회 <결과보고서>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2312348005&code=940100#csidxfe092ceca3e7444aa3b1163b0ca3077 onebyone.gif?action_id=fe092ceca3e7444aa3b1163b0ca3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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