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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 칼럼] 장애등급제 폐지를 환영하며 - 동천 김용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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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14-04-28 00:00 조회2,2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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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7일 고 송국현 씨가 장애인용 연립주택 지하 1층에서 난 화재로 3도 화상을 입어 병원에 옮겨진 지 나흘 만에 숨을 거두었다. 고 송국현 씨는 보행과 거동이 불편한 뇌병변장애 5급의 장애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언어가 자유롭지 못한 언어장애 3급의 중복장애인이었기 때문에 화재로부터 피하지 못하였고 외부에 큰소리로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하였다. 주변에 고 송국현 씨의 활동을 돕는 활동보조인이 1분이라도 있었다면 쉽게 탈출할 수 있었을 것을 안타깝게도 고 송국현 씨는 현행 법령상 활동보조를 받을 수 없는 등급의 장애인이었다.

현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고 송국현 씨는 3등급의 장애인이다. 장애인 등급제는 지난 1989년 장애인복지법이 시행되면서 신설된 것으로 의학적 기준에 따라 장애인들의 장애를 등급화시키고 등급에 따라 서비스를 차등화하여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데 그 골자가 있다.

문제는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할 장애인을 등급화하여 분류한다는 것에 있고, 같은 신체적 결함을 가진 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각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채 단순히 신체적 결한 정도에 따라 장애인을 분류하여 각 장애인에게 정작 필요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에 있다. 그밖에 장애등급을 결정하면서 정부의 예산이 고려된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들도 있다.

고 송국현 씨의 사건은 위에 언급된 문제 중 두 번째와 맞닿아있다.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4조 제1항에 따르면, 현재 장애인 활동지원급여를 신청할 자격이 있는 자는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등급 1급 또는 2급의 중증장애인에 한정된다. 즉, 고 송국현 씨와 같은 3급의 장애인으로서는 현행 법령상 활동지원을 신청할 자격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언어도 자유롭지 못하고 거동이 불편한 고 송국현 씨에게 활동지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고 송국현 씨는 장애인 등급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탓에 화마로부터 예방되지 못한 것이다.

지난 3월 28일 정부는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장애인정책 조정위원회를 열어 2014년 장애인정책 추진계획을 확정하고 장애인 인권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인활동지원 대상 확대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현 장애인 등급제를 올해 안에 장애등급을 현 1~5단계에서 중증과 경증 또는 중증, 경중증, 경증으로 단순화시키고 장애인에 대한 종합판정체계를 도입하여 시범 운영하면서 2017년 장애인등급제를 전면 폐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장애인 단체들의 그간의 끊임없는 문제 제기를 통해 정부가 드디어 장애인등급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인데 장애인등급제가 도입된 지 무려 25년 만의 계획이다.

재단법인 동천 역시 많은 장애인 단체들과 더불어 정부의 계획을 환영한다. 그러나 장애인 단체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새로운 제도를 통해 장애인들이 받아 온 기존의 지원과 서비스들이 축소되어서는 안 될 것이고, 장애인 등급제의 폐해가 드러나 확인된 이상 연구에 박차를 가하여 하루속히 장애인 등급제가 폐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 장애인 단체들의 장애인 등급제 폐지 운동을 지원한다.

-재단법인 동천 김용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