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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재정난에 힘든데… ‘의사록 인증’으로 삼중고 겪는 비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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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20-04-14 00:00 조회1,44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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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초 비영리법인들은 총회 또는 이사회 개최로 분주해진다. 그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닥치지만 이 가운데 ‘의사록 인증’이라는 큰 벽에 부딪히곤 한다. 민법상 변경 등기 사유 중 총회 또는 이사회 의결사항이 있을 경우에는 변경등기 신청서류에 의사록을 첨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단법인이 정관 중 법인명칭, 목적 사업 등을 변경하려면 변경등기를 해야 하는데 이때 총회 의사록을 제출해야 한다.

 

의사록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공증인이 필요하다. 문제는 공증인의 인증을 받는 것 자체가 비영리법인에는 무척 부담이라는 점이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공증인을 의결장소에 참석시키는 방법은 출장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재정적인 부담이 발생한다. 또 하나는 공증인이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 이상의 사람들에게 진술을 듣고, 그 진술과 의사록의 내용이 부합하는지 대조하는 방법이다. 이 같은 경우 출석 회원의 인감 날인과 인감증명서를 일일이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업무 부담이 상당하다.

 

이러한 부담을 줄이려면 ‘의사록 인증 제외대상 법인’으로 분류되면 된다. 의사록 인증 제외 대상 법인은 ▲민법 32조에 따라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 설립된 비영리법인 ▲설립 목적 및 수행 사무가 공익적이고 주무관청의 감독으로 법인 총회 등의 결의절차와 내용의 진실성에 대한 분쟁 소지가 없는 법인 ▲주무관청의 추천을 받아 법무부장관이 지정·고시하는 법인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공증인법 제66조의2 제1항 제2호, 공증인법 시행령 제37조의3) 의사록 인증 제외 대상이 되면 등기 신청을 할 때 공증문서 대신 법무부 고시를 제출하면 된다. 법무부 고시에 의사록 인증 제외 대상 법인 목록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의사록 인증 제외 대상이 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의사록 인증 제외 대상 법인이 되기 위해서는 위 요건을 갖추고 주무관청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주무관청에서는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제도가 아니다 보니 추천에 부담을 갖는 경우가 많다. 주무관청마다 추천 기준 등이 달라 비영리법인 입장에서도 어떻게 추천을 받아야 할지 알기 어렵다. 결국 많은 비영리법인이 이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비영리법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재정난과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록 인증 제도는 비영리법인 운영에 더욱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의사록 인증 제외 대상 추천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먼저 주무관청마다 제각각인 판단 기준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 해당 제도를 관할하고 있는 법무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들과 민간이 함께 추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주무관청들에 배포한다면 주무관청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추천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비영리법인들이 운영상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게 된다면 본래의 목적인 공익활동에 더욱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관련 논의가 더 활발해져서 의사록 인증 제외 대상 법인 제도가 비영리법인에 보다 보편적인 제도로 자리매김하게 되길 바란다.

 

공동기획 |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재단법인 동천

http://futurechosun.com/archives/47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