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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안 주는 부모들 명예보다 아동 생존권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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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20-03-09 00:00 조회97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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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미지급은 단순한 민사채무와 달리 아동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이다. 임신, 출산, 육아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채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 하는 한부모가정에서, 양육비 미지급은 사실상 아동의 생계수단을 박탈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규제는 매우 부실하다. 재판을 통해 판결을 받아도 재산은닉, 위장전입, 잠적 등의 방법으로 집행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무려 80%에 이르고 있다.

 

지난 1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해 온 사이트 ‘배드파더스’의 관계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해 화제를 모았다. 배드파더스는 제도가 미비한 가운데 생존권을 위협받는 아동들을 위해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사회운동을 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운동을 통해 양육비 미지급 실태와 부실한 규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양육비 관련 제도와 정책의 근본적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재단법인 동천의 변호사들을 포함한 12명의 변호사들은 이 사건을 공익사건으로 보고 피고인의 변호인으로 참여했다. 변호인단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여러 쟁점 가운데 특히 양육비 미지급 실태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지난 1월 14일에 이 사건의 국민참여재판 공판기일이 진행됐다. 변호인단은 ▲검찰의 공소권 행사가 공소권 남용이라는 점 ▲피고인에게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므로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없다는 점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중심으로 다퉜다. 이 중 핵심 쟁점인 공익적 목적의 인정여부에 대해서는 검찰과 변호인단의 공방이 벌어졌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배드파더스 사건의 외양은 ‘아동의 생존권’과 ‘양육비 미지급자의 명예’의 충돌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본질은 양자간의 법익충돌에 앞서 ‘왜 이 지경까지 올 수밖에 없었는가’라는 과정에 있다. 실제로 변호인단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재판부와 배심원들에게 호소한 부분도 양육자들이 어째서 신상공개라는 위험한 수단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에 대한 설명이었다. 이를 위해 현행법상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부실한 제재와 손쉬운 의무회피, 약 20%라는 처참한 수준의 국내 양육비 이행률, 그로 인해 겪는 한부모가정의 경제적 위협, 배드파더스와 양육비해결연합회가 이뤄 낸 사회적 성과 등을 변론했다.

 

당시 재판은 배심원 선정부터 판결의 선고까지 무려 15시간이 훌쩍 넘게 진행됐다. 다행히 배심원단은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피고인을 무죄라고 판단했고, 재판부 또한 피고인의 공익적 목적을 인정해 무죄의 판결을 선고했다. ‘공익’이라는 개념이 이 시대와 사회를 살아내는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가치라고 본다면, 이 판결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공익적’인 사회로 나아갔다고 믿는다. 현재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소송은 수원고등법원에 계류돼 있다.

 

 

 

공동기획 |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재단법인 동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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