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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조로서의 주거급여, 최소한의 주거환경을 보장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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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1 작성일19-10-08 16:17 조회1,55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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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유독 서늘하던 여름, 두 비극이 있었다.

관악구에서 북한이탈주민 모자가 아동수당을 제외한 어떠한 공공부조의 도움을 받지 못해 아사했고, 강서구에서는 얼마 안 되는 사회보장급여만을 가지고 80대 노모와 지체장애가 있는 50대 형을 간병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것에 고통을 느낀 동생이 형과 엄마를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러한 죽음은 사회적 죽음이다. 빈곤의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이들을 국가가 최후의 안전망을 통해 끌어올려야 함에도, 한국의 공공부조 체계는 최후의 최후까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이들의 죽음을 외면하고야 만 것이다.

 

위와 같은 문제가 불거질 때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흠결에 대해서 복지서비스 홍보의 미흡으로 인한 복지 사각지대의 형성, 부양의무자 제도의 비합리성, 기준중위소득 산정의 임의성과 부당성, 재정의 논리에 매몰된 적절치 못한 수준의 급여체계의 구성 등이 성토되어왔다. 그러나 정작 빈곤층의 생활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주거급여체계에 있어서는 2015주거급여법이 신설되고 주거급여가 별도의 급여체계로 독립한 이후에 제대로 된 문제 제기가 이뤄진 적이 없다.

 

주거급여는 과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속해 있던 급여로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생계급여 등과 함께 일괄 지급되던 급여였다. 당시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급여가 대상가구 소득인정액의 최저생계비 초과 여부라는 일괄된 기준으로 판단되어 지급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2015년부터 별도의 급여체계로 독립되었다. 201810월부터는 부양의무자 기준도 폐지되어 부양의무자의 소득이나 재산 유무와 관계없이 대상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 44% 이하일 경우 급여를 신청할 수 있게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맞춤형 급여체계를 구성하겠다는 개정 의도와는 달리 주거급여체계는 기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들을 그대로 품에 안고 있으면서도, 주거급여의 산정과 지급에 있어서는 비합리적이고 낡은 기준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 주거급여법은 수급자에게 쾌적하고 안전한 주거생활을 누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주거급여체계가 빈곤층의 최소한의 주거 환경을 보장할 수 있을 만큼 제 기능을 다 하고 있는지는 매우 의문이다.

 

주거급여체계는 임차급여수선유지급여로 이뤄져 있다. 현물급여 형태로 이뤄지는 제한적인 수선유지급여와 달리 빈곤층의 임차료를 직접 지원하는 현금급여인 임차급여는 빈곤층의 적정 주거수준 유지에 핵심적인 급여라 할 것이다. 임차급여의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임대료의 산정은 다음과 같은 주거급여법의 조문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주거급여법

7(임차료의 지급) 2조제1호의 임차료(이하 "임차료"라 한다)는 타인의 주택등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는 사람에게 지급한다.

임차료의 지급기준은 국토교통부장관이 수급자의 가구규모, 소득인정액, 거주형태, 임차료 부담수준 및 제3항의 지역별 기준임대료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

국토교통부장관은 임차료의 지급수준을 정하기 위하여 가구규모, 주거기본법17조의 최저주거기준 등을 고려하여 지역별 기준임대료를 정할 수 있다.

 

 

법령을 얼핏 살펴보면 국가가 주거급여 산정에 있어서 반드시 고려해야할 많은 요소들을 담아 합리적으로 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의 고시로 정해지고 있는 지역별 기준임대료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저히 합리성을 일탈한 형태로 산정되고 있고, 이에 따라 결정되는 주거급여의 수준조차도 주거 취약계층의 최소한의 주거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임차비용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첫 번째로, 주거기본법 제17조 제3항에서 지역별 기준임대료를 정함에 있어서 고려하는 최저주거기준이 너무 오래전에 설정되어 현재의 주거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주거기본법17조의 최저주거기준은 국토교통부장관이 설정하여 공고하도록 되어 있는데 2011. 5. 27. 에 가구구성별 최소 주거면적과 용도별 방의 개수를 결정하는 공고가 이뤄진 이후로 최저주거기준을 새롭게 설정 공고한 바가 없다. 최소한의 적절한 주거기준을 설정하고 쾌적한 주거 환경을 마련하는 것으로 빈곤층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주거면적과 방 개수 외의 고려해야할 필수적인 요소들이 다양함에도 이를 전혀 포함하지 않았다.

 

 

두 번째, 주거급여법 제7조 제2항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주거급여실시에 관한 고시에 따라 임차급여의 최대 상한선으로 정해진 지역별 기준임대료도 수급가구 민간 임차가구의 실제 임차료의 83% 수준이며, 민간임차가구의 약 20%는 여전히 최저주거면적에 미달하며, 1급지인 서울의 기준임대료를 타지역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만으로 산정된 기준임대료의 83%만을 기준임대료로 설정하고 있다. 1급지인 서울은 전국에서 주거비가 가장 높아 저소득층이 가장 열악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는데도 주거급여의 산정에 있어서 주거취약계층의 주거권보다 지역별 형평성과 재정상의 균형의 논리가 우선되는 것이다.

 

위와 같이 복잡하게 구성되는 임차급여의 산정 과정을 거쳐 임차급여의 수준은 최소한의 주거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임차료에도 미달하는 금액으로 결정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 1급지의 1인 가구에게 주어지는 임차급여는 233천원으로 겨우 몸 하나 누일 수 있는 쪽방촌의 쪽방 월세 비용 정도다.

 

현재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에 역부족인 주거급여 제도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빈곤층의 주거권을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까지도 저해하고 있다. 낮은 수준으로 결정되는 임차급여는 빈곤층이 적절한 주거를 찾아볼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게 만들고, 비닐하우스, 쪽방, 고시원, 컨테이너 등 비공식 거처로 유입되도록 만들어 그곳에서의 또 다른 불완전 주거 환경의 문제들을 직면하도록 만든다.

 

모든 사람이 적절한 주거를 향유할 권리인 주거권은 인간다운 삶의 전제에서 보장되어야 하는 것으로, 모든 이들에 대한 주거권 보장은 취약계층에 대한 특별한 보호 없이는 달성할 수 없다. 주거급여액의 산정이 합리적이고 적절한 계산을 통해 이뤄지도록 개선하여 빈곤층에게 적어도 최소한의 적절한 주거 환경에 머무를 수 있을 정도의 적정 임차료를 보장할 수 있는 주거급여 제도를 구축하여야 한다.

 

물론 빈곤층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선 열악한 주거 환경, 부족한 임대주택 공급 등 상존하는 여러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다. 지난한 제도 개선의 과정에서 수반될 난관과 부작용들에도 빈곤층이 더 열악한 환경으로 떠밀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최후의 안전망, 주거급여체계부터 촘촘하게 정비하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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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월엔 바빠서 놓쳤다더니..탈북모자 2번 외면 당했다, 2019.08.19. 중앙일보, .(https://news.v.daum.net/v/20190819094727586)

2) ‘강서구 모자’ 피살, 또 간병살인이었나, 2019.09.03.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9032222025&code=940202)

3) 제1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2018~2020) , 보건복지부

 

 

재단법인 동천

정제형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