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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만드는 시민들, 크라우드법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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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19-06-26 18:27 조회19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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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만드는 시민들, 크라우드법 운동 

     

이희숙 변호사(6.25. 더나은미래 게재)

 

제러미 하이먼즈는 초연결된 대중이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권력이라고 이야기한다. 먼저 우위를 차지한 소수가 독점적 힘을 누리던 곳곳에 연대한 대중이 나타나 판을 바꾸고 있다. 에어비앤비가 힐튼을 넘어섰고, 할리우드의 신과 같았던 하비 와인스틴은 미투 운동으로 추락했다.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틈타 그들만의 리그로 가고 있던 입법의 영역에서도 위와 같은 새로운 흐름이 반영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미국 뉴욕대 거버넌스 랩(Governance Lab)이 이끌고 있는 크라우드법 운동이다.

 

크라우드펀딩 보다는 생소한 개념인 크라우드법 운동은 2017Beth Noveck에 의해 처음 주창되었다. 기술 혁신, 집단적인 숙의와 소통을 기반으로 집단지성을 모으고, 성안, 발의, 이행 및 평가 등 입법절차 전반에 시민의 직접 의사를 반영하며, 이를 통해 결과의 질적 개선을 추구하는 운동이다. 대표 사례로 언급되는 핀란드의 경우 정부 공식 온라인 플랫폼(kansalaisaloite.fi)에서 시민 제안 및 지지 서명이 이루어지고, 6개월 이내에 5만 명 이상의 지지를 받은 발의안은 의회에 제출되어 일반 법률안과 동일한 심의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모피산업 금지법, 여성할례 금지법 등 다양한 의제가 발의·공론화되었고, 핀란드 유권자 1/3 정도가 시민 발의에 서명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유사한 제도로는 우리나라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나 민주주의서울 홈페이지를 떠올릴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의 경우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 동의가 180만을 넘었고, 고장자연 재수사 청원 동의는 70만을 넘어섰다. 시민 참여의 확대라는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건설적인 정책 반영이나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 보다는 정쟁의 수단이 되기도 하고, 혐오표현이나 다수가 소수자를 억압하는 낯부끄러운 청원들이 이슈가 되기도 한다. 이는 청원 게시판이 의사 표현과 정부와의 소통에 중점을 두었고, 활발한 토론이나 정책 연계 시스템을 전제로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주의 서울 홈페이지의 경우 시민제안, 시민토론, 서울시 질의에 대한 찬반 투표로 구성되어 있다. 시민 제안의 경우 500명이 공감하면 의제 선별 과정을 거쳐 온라인 공론장에서 토론이 이루어진다. 5000명이 공론에 참여하면 시장이 답변한다. 공론화 과정이 포함된 점이 특징이나, 조례안 발의 등 입법 연계 과정이 없고, 참여 기준 숫자나 실제 참여가 현저히 낮아 수렴된 의견이 주민의 대표성을 가진다고 하기 어렵다. 지방자치단체 별로 주민 정책 제안을 위한 별도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홍보와 확산에 한계가 있으므로 중앙 단위 플랫폼에 지역 창을 별도로 두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핀란드의 경우에도 지역 시민 발의가 법무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 4월 국회법이 개정되어 일정 수 이상의 동의를 받는 경우 의원 소개 없이 곧바로 입법 청원서를 제출할 수 있게 되었고, 청원을 제출하는 전자시스템도 마련될 것이다. 여기에 시민의 법안 제안, 청원에 필요한 동의 절차 및 찬반 토론이 정부 온라인 플랫폼 내에서 이루어지고, 동의 숫자가 충족된 경우 자동으로 청원서 제출이 이루어져 의회 심의가 진행되며 위 과정이 온라인 상에 투명하게 공개되어 다시 의견이 수렴되는 방식을 더해보는 것은 어떤가. 시민의 참여 의지가 점차 높아지는 이때, 입법의 영역에서도 건설적 토론를 바탕으로 한 직접 참여의 길을 조속히 확대해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