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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 새로운 축 '시민 모임', 별도 지원 체계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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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19-05-28 10:43 조회1,18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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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 새로운 축 '시민 모임', 별도 지원 체계 갖춰야

 

이희숙 변호사(5.28.자 더나은미래 게재)

 

최근 법인화·조직화를 고민하는 시민 모임의 자문 요청이 잦다. 혼자 아이를 키우기도 힘든데 양육비를 받기 위해 소송과 집행을 거듭해야 하는 한부모 여성들이 모임을 만들어 양육비 제도 개선을 외치고 있고, 이념적 대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통일 담론에 지친 청년들이 혁신의 관점에서 통일 논의를 재구성한다. 돌봄·건강·소비 등 마을 문제 해결을 위한 지역 단위 시민 모임이 확장되고 있고, 온라인 플랫폼 기반 시민 모임도 늘고 있다. 민주주의 플랫폼 빠띠(Parti)에서는 1인 가구의 권리를 위한 '1인당', 유전자 조작 관련 안전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GMO, 나는 알아야겠당' 등 프로젝트 중심의 다양한 모임과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비조직·비정형적 다수 시민운동의 힘은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된 미투 운동, 2016년 광화문을 물들인 촛불 집회 등을 통해 증명됐다. SNS 공지, 구글 설문지, 유튜브 홍보 등 새로운 툴을 활용해 운영이 보다 용이해지고 있고, 활동 반경도 넓어지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발전과 함께 시민 모임의 확산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시민 모임은 활동을 이어가면서 법인화·조직화에 대한 고민에 부딪힌다. 좀 더 적극적인 운동을 펼치기 위해선 재정이 필요한데, 기부를 받는 경우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공익성이 높고 창의적인 활동을 개발하더라도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 없이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업비를 받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민 모임의 조직화를 장려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재단법인 설립을 위해서는 최소 3억원의 기본 재산이 필요하다. 사단법인도 통상 수천만원의 기본 재산이 있어야 하고 위 자산은 주무 관청의 허가 없이는 사용할 수 없다. 또 사단법인은 통상 등기 사항 정관 변경 시마다 총회원의 인감증명서가 필요한데, 이를 받지 못해 총회가 무산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운영 편의를 위해 법인화 대신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을 선택할 수도 있으나 100인 이상의 구성원이 필요하고,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지 못한다. 법인화나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 이후에도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별도 지정 절차가 필요하고, 이 경우 공익법인 회계 기준에 따른 회계 관리, 독립 홈페이지 운영, 각종 보고 및 공시 등 상당한 행정 부담이 따른다. 지정 기부금 단체로 지정받은 이후에도 모금을 하려면 별도로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해야 한다.

 

이 같은 기존의 틀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시민 모임의 역동성과 어울리지 않는다. 법인화와 지정 기부금 단체는 시민 모임에는 너무 무거운 옷이며, 그만큼 활동력을 감소시킬 것이다. 공통의 관심사로 모인 시민 모임의 강점은 확장성에 있으므로 참여에 대한 부담이 적어야 한다. 시민 모임의 법인화·조직화를 지원하기보다는 시민 모임 자체를 새로운 프레임으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 체계를 갖추는 변화가 요구된다.

 

조직의 법인격과 무관하게 공익 목적 사업 자체만을 검증해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세제 혜택의 길을 열어주는 것은 어떨까. 정부 차원에서 시민 모임에 대한 감독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세제 혜택을 받고 있는 기존 비영리 법인이 시민 모임의 공동 사무국 역할을 해 행정과 사업비를 지원하고 시민 모임의 공익성과 투명성을 관리·지원하는 체계를 확산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상근 활동가 중심의 시민단체는 전반적인 기부 감소, 최저임금 상승, 규제 강화로 인한 행정력 증가 등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조직·비정형 시민 모임은 기존 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시민사회 활성화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시민 모임의 특성과 강점을 잘 유지하면서도 지속적으로 활동·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체계가 새롭게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