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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건강보험 제도 변화, 문제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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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1 작성일19-02-15 14:51 조회1,90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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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건강보험 제도 변화, 문제는 없을까?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작년부터 논의되어 온 외국인 건강보험 제도의 변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기존에는 특정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이 국내에 3개월 이상 체류하면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6개월 이상 체류한 외국인은 의무적으로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하여야 한다. 또한 인도적 체류자도 지역가입자가 되도록 한 점, 일부 체류자격자에게 건강보험 가입자의 평균보험료 이상을 부과한다는 점, 건강보험료를 체납하는 경우 급여를 제한하고 체류기간 연장 등에 제재조치가 따른다는 점도 주요한 변화이다.

 

먼저 시민사회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인도적 체류자의 건강보험 지역가입 허용과 외국인의 지역건강보험 의무가입 도입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역사회에서 장기적으로 함께 살아가는 외국인이 건강보험에 의무가입하도록 한 것은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는 사회보험의 원리를 고려할 때, 타당한 대처라고 본다. 보건의료는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이며, 전염성 질병 등의 예방 차원에서도 함께 거주하는 이웃의 건강권은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외 개정 내용은 이주민의 건강권 보장 측면에서 미흡할 뿐만 아니라 외국인 간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부당한 부분이 있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에 결혼이주(F-5), 영주(F-6) 체류자격과 함께 내국인 규정을 준용하여 책정되던 방문동거(F-1), 거주(F-2) 체류자격자의 보험료는 이번 개정으로 인해 소득과 재산이 낮더라도 평균보험료​1) 이상을 부담하도록 변경되었다. 난민인정자나 그 가족의 경우 30% 감면된 금액을 부담하지만, 그 외 F-1, F-2 지역가입자는 자신의 소득을 기준으로 산정된 보험료가 전년도 평균보험료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도 평균보험료를 그대로 납부해야한다. 2019년도 평균보험료는 113,050원이다. 만약 건강보험료를 체납하게 되면 급여가 제한될 뿐 아니라 체류기간 연장허가 등 각종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내국인의 경우 건강보험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저소득 가구는 의료급여 대상이 되거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건강보험료를 지원받지만, 외국인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다.

 

보건복지부는 외국인의 경우 국내 소득 및 재산이 없거나 파악이 어려워 적정한 보험료 부과에 한계가 있고, 영주(F-6)와 결혼이민자(F-5) 이외의 체류자격은 국민에 준하는 대우를 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F-2 체류자격은 국민의 미성년 자녀나 영주체류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배우자 등 영주자격을 부여받기 위하여 국내 장기체류하는 사람에게 부여되기 때문에 소득과 재산 파악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또한, F-1 체류자격 중에는 시설에 거주하는 이주아동이나 폭력피해 이주민도 포함하고 있어 특별한 경감 기준 등을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어떠한 금전적 부담을 완화하는 장치를 두지 않고 일괄적으로 평균보험료 이상을 부담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한편, 법 개정안 제109조 제10항은 외국인 지역가입자가 건강보험료를 체납한 경우 완납할 때까지 보험급여를 전면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체납 시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조치는 건강보험 운영을 위해 체납자에게 경고적성격의 행정처분을 하여 궁극적으로 보험료를 징수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가입에 대해서는 내국인과 동일하게 강제가입으로 운영되어 가입의 자유나 탈퇴의 자유를 인정하지도 않으면서, 보험료를 체납한 경우에 외국인은 내국인과 달리 체납 횟수나 분할납부 승인에 따른 유예, 결손처분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 단 한 번의 체납만으로도 보험급여 자체를 중지하여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데, 이는 최소한의 의료지원에서도 배제된다는 측면에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볼 수 있다. 보험급여가 제한되어 사회적 배제가 심화되는 반면 연체된 체납금에 대한 가산금은 동일하게 부여되고, 추가로 출입국관리 차원의 제재까지 예정되어 있어 높은 보험료를 감당할 수 없는 외국인은 이중삼중의 제재를 받게 된다.

 

또한 소득 및 재산이 없는 내국인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보험료 납부 의무를 면제하고 있는 반면(법 제77조 제2, 시행령 제46), 외국인인 지역가입자 미성년자의 경우 이러한 면제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이 사건 고시 제6) 정당화되기 어렵고, 아동의 보편적 권리 측면에서 평등권 침해가 우려된다.

 

마지막으로 이번 개정으로 기타(G-1) 체류자격 중 난민법에 따라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사람과 공단이 정하는 사람의 경우 예외적으로 세대주의 체류자격을 기준으로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공단이 정하는 사람이란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자의 가족을 말한다. 이는 시민사회는 물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권고해온 내용으로 환영하는 바이다. 다만 문제는 G-1 체류자격 중 지역건강보험이 절실한 이들이 존재함에도 이들이 배제된 채 이번 개정에서 인도적 체류허가자로 한정하고 있다는 데 있다.

 

G-1 체류자격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존재한다. 20년 전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하였다가 산재로 식물인간 상태가 된 J씨도, 그를 간병하기 위해 입국하여 병수발을 들며 살아온 그의 아내도 G-1 체류자격을 가졌다. 또 고용허가제로 입국하였으나 사업주가 임금을 주지 않아 체불임금을 다투기 위해 소송으로 다투고 있는 P, 성폭력 피해를 입고 쉼터에 머물며 치유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H씨도 G-1 체류자격이다. 그러나 이들은 개정된 건강보험 제도에 따르면 가입대상이 아니다. 결국 민간 지원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이번 개정과 관련해 지적할 것은 변경된 내용이 이주민 당사자에게 충분히 고지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부과되던 보험료가 몇 배 증가하는 저소득 F-1, F-2 가족은 물론, 당연히 건강보험에서 배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가 앞으로는 가입하지 않으면 체류자격에 제재가 가해질 인도적 체류자까지, 당사자들이 법령의 개정에 대해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개정된 내용 중 미비한 점에 대한 보완책을 강구하는 노력과 함께, 우선 개정된 내용을 지자체나 지역민간단체 등을 통해 시급히 알려야 한다.

 

 

재단법인 동천 권영실 변호사

 

 

 

1)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8-267호 장기체류 재외국민 및 외국인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기준 제6조 제2항 관련 별표2(지역보험료 산정기준) 2. 1호 제1호에서 평균보험료란 매년 11월의 전체 지역가입자 세대[세대주가 내국인인 세대와 체류자격이 영주(F-5) 또는 결혼이민(F-6)인 세대를 말한다]의 보험료와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소득월액보험료를 포함하며, 보수월액보험료의 경우에는 국민건강보험법76조제1항에 따라 사용자 및 국가가 부담하는 금액은 제외한다)의 합을 지역가입자 세대수와 직장가입자 수의 합으로 나눈 금액을 고려하여 공단이 정하는 금액을 말한다. 이 경우 평균보험료는 그 다음 해 1월부터 12개월 동안 적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