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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외국인의 정치활동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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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1 작성일19-01-16 16:46 조회1,25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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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태극기집회나 촛불시위에 나갈 수 있을까? 200만명의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는 한국사회에서, 더 이상 허황된 질문이 아니다. 실제로 과거 촛불시위 때 축제처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시위에 참여하고 싶었으나, 출입국관리법의 벽 때문에 참가하지 못한 유학생의 사례도 들려온다. 이 학생을 시위에 참석하지 못하게 막은 출입국관리법 상의 조항은 다음과 같다. 출입국관리법 제17조 제2항은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치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위반한 경우에는 강제퇴거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 제2, 동법 시행령 제22).

 

“정치활동”은 매우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개념으로, 선거권이나 피선거권 등의 참정권 뿐 아니라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이를 표현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까지 포함한다 (헌법재판소 2004.3.25. 선고 2001헌마710 결정 등) 다른 법률 상에서 규정된 “정치활동”과 달리, 출입국관리법 상의 외국인의 정치활동 금지 규정은 예시 문구도 없어 입법취지 및 관련 규범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더라도 (교원노조법 등처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 등으로 제한적으로 해석되기도 힘들다. 결국 이 조항은 집회 결사의 자유를 포함하는 넓은 의미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모두 금지하는 조항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외국인이 선거에 입후보하고 투표에 참가할 수 있는 참정권의 범위는 국가 별로 달리 정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를 넘어선 넓은 의미에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은 달리 봐야 한다. 우리 헌법은 제21조 제1항에서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규정하면서 제2항에서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열람과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보장하여 그 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이 가입, 비준한 자유권규약은 표현의 자유 (19조 제2), 평화적 집회의 자유 (21), 결사의 자유 (22조 제1)를 모든 사람이 향유하는 권리로 보장하며, 다만 국가안보, 공공질서, 도덕의 보호 등에 의해서만 제한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유권규약 위원회는 일반논평을 통해 외국인도 자유권규약에 터잡아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표현할 권리를 가지며, 평화적 집회의 권리와 결사의 자유를 누린다고 확인한 바 있다. 인종차별철폐협약도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 “평화적인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 등의 권리를 향유함에 있어서의 인종차별금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외국인도 한국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필연적이며, 국가안보 등 예외적인 사유가 없다면 이를 막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보더라도, 표현의 자유와 집회 시위의 자유를  내국민으로 한정하는 것이 오히려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위 규정이 실제로 명시적으로 적용된 사례는 찾기 힘드나, 이 조항의 존재로 인해 외국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효과 (chilling effect)가 발생하는 것이 문제이다. 앞에서 살펴본 촛불시위 사례 외에도,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위 조항을 근거로 하여 정치행위를 자제할 것을 학교 담당자가 요청한 사례, 난민 신청자들이 난민 심사과정의 문제에 항의하는 집회를 개최하려고 하자 정치활동은 처벌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은 사례 등이 확인된다. 본국의 정치활동으로 인해 한국으로 피신한 난민의 경우, 이 조항을 적용하면 한국에서는 더 이상 본국을 비판하는 정치활동을 하면 안된다는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이 조항은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도 제약한다. 임금체불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조합에 가입하려고 하여도, 정치활동을 하면 추방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가입을 꺼리는 이주노동자들이 많다. 지난 12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도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며 “모든 노동자가 추방의 두려움 없이 노동조합 활동에 참가할 권리를 보장할 것”을 한국에 권고한 바 있다.

 

출입국관리법 제17조 상의 ‘정치활동 금지’는 ‘강제퇴거’라는 고강도의 불이익과 결합하여 특히 문제된다. 강제퇴거는 보통 수년간의 입국금지의 불이익이 수반되므로, 특히 이미 한국 사회 내 생활기반을 형성하고 유대관계를 형성하였거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장래 계획을 수립한 이주민의 경우, 강제퇴거는 이러한 기반 및 관계가 일순간에 모두 단절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부는 이 규정에 대해 과거에는 협의의 참정권을 금지하는 취지의 조항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경우도 있으나, 그 해석의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최근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심의 중 한국 정부 측은 노조활동만을 이유로 단속하거나 강제추방한 사실은 없다고 답변하기도 하였다. 결국 한국 정부의 입장에 따르더라도 위 조항은 노동조합 활동 등의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규정이 아니며, 오히려 ‘협의의 참정권을 금지하는 취지’로 좁게 해석하여야 하는데, 허수아비와 같이 이주민들의 일상적인 정치활동을 제한하고 있는 규정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인권규범과 헌법에 대치되고, 오늘날의 현실과도 맞지 않는 출입국관리법 제17조 제2항은 이제 바뀔 필요가 있다.

 

동천 이탁건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