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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살아갈 자격 – 미등록 이주아동청소년에 대한 정규화 경로를 이제는 마련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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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1 작성일18-06-11 10:44 조회3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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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이 땅에서 태어나서 한국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 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한국이 제 고향이란 말이에요.” 볼멘 소리의 주인공은 여느 평범한 한국 사람처럼 살면서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미등록청소년이다. 2017 4 13, 당시 만 18세이던 F군은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적법한 체류자격이 없으므로 부모의 나라인 나이지리아로 돌아가라는 강제퇴거명령과 보호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F군에게 돌아갈 곳은 없었다. 나이지리아는 부모의 출신국일 뿐, 그에게는 언어, 문화, 역사 모든 면이 생경하고 낯선 땅이다.

F군이 9살 무렵 아버지의 체류자격이 취소되자 동반비자였던 자녀들의 체류자격도 사라졌다. 아버지는 한국을 떠났지만 F군의 어머니는 자녀들과 한국에 남았다. 그렇게 F군은 미등록(불법체류) 상태로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졸업을 했다. 법무부는 지침을 통해 재학 중인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해서는 단속되더라도 졸업 시까지 강제퇴거를 유예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이다. 졸업과 동시에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기반을 버리고 아무 연고도 없는 타국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소년기를 한국에서 보내온 사람에 대한 별도의 정규화 경로를 마련해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F군과 같이 국적국과 관계가 미미하고, 언어나 문화 및 사회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사람까지도 예외 없이 추방의 대상이 되어 왔다.

강제추방은 한 사람의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수반할 뿐만 아니라 그 지역사회에서 거주하면서 형성해온 모든 유대관계, 사회적 관계망을 한 순간에 잃게 한다. 특히 한 국가에 오랫동안 머물던 사람에 대한 강제퇴거는 너무 가혹하여 사회적 사형이라고 불리기까지 한다. 이것이 F군과 같이 한국에서 태어나거나 유·소년기를 보내며 성장한 이들에 대한 정규화 방안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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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ixabay.com 

 

 

 

최근 F군에 대한 강제퇴거명령 취소소송에서(청주지방법원 2018. 5. 17. 선고 2017구합2276) 법원은 강제퇴거로 인해 F군에게 가해지는 불이익이 외국인의 체류를 적절하게 통제〮조정함으로써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지나치게 크고 가혹하기에 이를 취소하라고 판결하여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자세한 판결내용 참조). 이러한 법원의 전향적인 판결에 대해 법무부가 항소할지 관심이 쏠렸는데 다행히도 2018 6 8일 법무부의 항소 포기로 1심 판결은 확정되어 많은 미등록아동·청소년들이 희망을 얻게 되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두 가지 사항에 대한 법무부의 향후 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판결의 취지를 살려 한국에 미등록 상태로 장기체류한 이주아동청소년들에 대해 체류자격 부여에 대한 정책적 결단을 내릴 것인지 여부와 F군에게 과연 어떤 체류자격을 부여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현재 F군에 대해 법원은 강제퇴거명령을 취소하였으나 법무부는 아직 별도의 체류자격을 부여하지는 않았으므로 불법도 합법도 아닌 공백 상태에 놓여있다. 만약 F군만의 예외적인 사례로 한정한다면 아마도 국내에 임시적으로 체류할 필요성이 인정될 때 부여되는 기타(G-1)의 체류자격을 부여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F군과 유사한 상황에 있는 미등록 이주아동청소년들은 앞으로도 강제퇴거명령을 받게 되고, 힘겨운 소송을 통해서 다툴 방법 밖에는 없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미등록 아동이 한 국가에서 태어났거나 장기간 거주한 경우 또는 부모 출신국으로 귀환하는 것이 아동 최상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에는 이주아동 및 가족에게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경로를 도입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1] 현재 영국, 독일, 일본 등 많은 국가들이 장기간 체류사실이 있고 교육을 통해 정착성이 인정되는 미등록 이주아동청소년에 대한 정규화 방안을 마련해두고 있다. 한국도 장기체류한 미등록 이주아동청소년에게 정규화 경로를 마련해야 하며, 잠정적인 체류 허가가 아닌 취업까지 가능한 거주(F-2) 또는 영주(F-5) 또는 이와 유사한 체류자격을 신설하여 부여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나아가 아동에 대한 교육권 보장은 아동권리협약에서 보장하는 당연한 권리이자 정부의 의무이므로, 현재 학교에 재학 중인 미등록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제퇴거 유예가 결코 시혜가 아니라는 인식과 더불어 새로운 정책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한국에서 살아갈 자격은 누구에게 주어지는가? 혹은 누구에게 주어져야 마땅한가? 국경간 이동이 전례 없이 증가하고 있는 오늘날, 한국에 살아갈 자격에 대하여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 시각에서 법제화할 시점에 이르렀다. 사실상 한국만을 지역적〮사회적 터전으로 삼고 살아 온 사람에 대한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그리고 정규교육과정을 통하여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충분히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게끔 성장한 이주민에 대한 국가적 정책 차원에서 정규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또한 재학 중인 아동·청소년의 안정적인 교육권 보장을 위해 제도화된 체류자격을 부여해야 한다. 3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은 취약한 상황에 있는 외국인 아동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보호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하였으나 아쉽게도 미등록 이주아동·청소년들에 대한 체류권 부여에 대한 정책은 전무하다. 이들에 대한 체류자격 마련을 시작으로 인권과 다양성 존중이라는 정책비전을 실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재단법인 동천 권영실 변호사


[1]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 위원회의 일반논평 4(2017) 아동권리위원회의 일반논평 23(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