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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 칼럼] 버스 내 휠체어 전용공간 규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 2층 광역버스 내 휠체어 전용공간 문제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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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8-21 10:56 조회2,39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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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내 휠체어 전용공간 규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2층 광역버스 내 휠체어 전용공간 문제를 중심으로-

 

 

1. 2층 광역버스의 휠체어 전용 공간 문제


 

2층 광역버스가 저상버스의 형태로 휠체어 전용공간을 확보하여 도입된다고 할 때만 하더라도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들의 시외이동권이 앞으로 더욱 보장될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경기도에서도 장애인이나 노약자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저상버스라는 점을 적극 홍보하였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2층 광역버스의 휠체어 전용 공간은 휠체어 한 대가 들어가면 꽉 찰 정도로 비좁아서 전동 휠체어 방향을 전환할 수도 없고 승하차도 후진 형태로 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통로에 휠체어가 튀어나와 있게 설계되어 다른 승객들의 이동에 큰 불편함을 줄 뿐만 아니라, 급정거 또는 다른 승객과의 충돌가능성을 높여 휠체어 이용자 당사자 및 다른 이용객에게 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 시범 운행 후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장애인 당사자들의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해당 버스회사는 결국 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버스를 운행하기 시작하였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와 같은 2층 광역버스를 운행하는 A운수 주식회사를 상대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 제4조 제1항 제3호, 제19조 제4항을 위반하여 ‘휠체어 전용공간 확보'라는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하는 장차법 제46조 제1항,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고, 해당 버스에 ‘법령상 적법한  휠체어 전용공간을 확보하라'는 취지의 적극적 구제조치를 구하는 소가 제기되었다.

 

 

2. 소송 경과 및 휠체어 전용공간 관련 규정 해석의 문제

 

 

그러나 1심에서는 “이 사건 버스는 저상버스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관련 규정에 따른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 확보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교통사업자인 피고가 고의 또는 과실로 장애인인 원고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여 차별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고, 가사 차별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2층 광역버스 도입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현상으로 피고에게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수원지방법원 2017. 4. 27. 선고 2016가합6003 판결).

 

 

이는 장차법과 교통약자의 이용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 규정 취지에 대한 1심 재판부의  오해와 명확하지 않은 규정으로 인해 내려진 판결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관련 법령을 살펴보면 2층 광역버스의 경우 시내버스로 장차법 제19조 제4항의 ‘교통수단’에 해당한다. 장차법 시행령 제13조에서는 정당한 편의의 적용대상과 내용을 교통약자의 이용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 시행령 별표1, 2에 따름을 정하고 있는데, 교통약자법 시행령 별표1에 따르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조제1항제1호 및 동법 시행령 제3조제1호에 따른 시내버스운송사업의 경우 이동편의시설을 설치하여야 하는 대상시설에 해당한다(장차법 제19조 제8항, 동법 시행령 제13조 제1항, 교통약자법 시행령 별표 1). 동 시행령 별표2를 보면 ‘정당한 편의’에 ‘교통약자용 좌석’이 포함되어 있다(동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교통약자법 시행령 별표2). ‘교통약자용 좌석’의 경우 “휠체어 승강설비가 설치된 버스”에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이 길이 1.3미터 이상, 폭 0.75미터 이상 확보되어야 한다[교통약자법 제10조 제2항, 동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별표1의 1. 가. 5) 라)].

 

 

휠체어 전용공간 확보의무는 휠체어 승강설비 설치의무가 있는 저상버스에만 적용된다는 판단과 이 사건 버스가 길이 1.3미터 폭 0.75미터의 휠체어 전용공간을 마련하였으므로 차별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 가장 주요한 근거가 된 조항은 바로 위의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별표1의 1.가.5)라) 이다. 해당 조항의 정확한 문구를 살펴보면 “휠체어 승강설비가 설치된 버스에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을 길이 1.3미터 이상, 폭 0.75미터 이상 확보하여야 하며, 지지대 등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1심 재판부에서는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별표상 저상형 시내버스는 자동경사판 등의 승강설비를 갖추어야 하는 반면, 계단이 있는 시내 버스는 승강설비를 갖출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어 승강설비 설치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있으므로 교통약자법 시행령 별표2 ‘교통약자용 좌석’에 ‘O’가 되어 있다고 하여 일률적으로 의무가 부과되는 것은 아니고, 위의 휠체어 전용공간 관련 규정은 ‘휠체어 승강설비 설치의무가 있는 버스'에 적용되는 규정이라고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해당 규칙에서는 ‘휠체어 승강설비 설치의무가 있는 버스’가 아닌 ‘휠체어 승강설비가 설치된 버스'가 대상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더욱이 어떤 버스가 휠체어 장애인 탑승을 위해 저상버스의 형태로 만들어 수동식 경사로를 설치하였다면 ‘휠체어 전용 공간'을 만들어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인의 상식에 부합한다.

 

 

단지 법령상 ‘저상버스'가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러한 버스에 ‘휠체어 전용 공간'을 만들 의무가 없다고 해석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9조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버스에 ‘휠체어 전용 공간'이 설치되어야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교통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사건 버스의 경우에는 ‘휠체어 전용 공간'이 설치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장차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해당 버스가 통로 공간을 포함하여 길이 약 1.3m(버스의 짧은 쪽), 폭 약 0.75m(버스의 긴 쪽)으로 휠체어 전용공간을 마련한 것에 대하여 교통사업자인 피고가 고의 또는 과실로 장애인인 원고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여 차별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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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층 광역버스의 휠체어 전용공간 도면>

 

 

 

 

위와 같이 버스의 긴 쪽을 폭(0.75)으로 짧은 쪽을 길이(1.30)로 인정할 경우 일반적인 휠체어 규격(1.2mX0.70m)을 감안할 때 휠체어의 방향 전환이 어려울 수밖에 없게 된다. 3면이 막혀 있는 공간에서 휠체어가 출입하는 면이 “긴 쪽” 내지 “길이”에 해당해야만 시행규칙상 규격 내에서 방향 전환이 가능한 것이다. 차량을 주차할 때에도 출입면이 짧은 쪽인 경우 내부에서 방향전환이 어렵다는 점을 통해 능히 상상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규격을 인정할 경우 필연적으로 버스의 통로를 침범할 수밖에 없게 되어 사고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이 된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해당 버스가 규격에 맞는 휠체어 전용 공간을 마련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 이 점을 감안하여 휠체어 전용공간의 긴 면이 버스의 세로 면일 것과 전용공간의 짧은 면이 버스의 가로 면일 것으로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운행되고 있는 저상버스들도 모두 긴 면이 버스의 세로 면, 짧은 면이 버스의 가로 면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3. 개선방안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쉽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해당 조항을 위와 같이 장차법 및 교통약자법의 취지와 맞게 해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1심 재판부처럼 장차법과 교통약자법의 취지에 따르면 휠체어 승강설비가 설치된 버스라면 장애인의 안전한 탑승을 위해 ‘휠체어 전용 공간'을 만들도록 하는 것, 휠체어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통로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에서 버스의 긴 쪽을 길이로 하여 규격을 맞추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해당 조항을 개선하여 이렇게 해석될 여지를 없애고 장애인의 이동권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당 조항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휠체어 전용 공간'의 경우 법령상 저상버스만 설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대한 명시가 되어야 할 것이다. 휠체어 승강설비가 설치되었거나 하여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할 수 있는 버스라면 그것이 법령상 저상버스가 아니더라도 교통약자법에 따른 휠체어 전용 공간을 설치해야 하며, 그 규격에도 부합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여 탑승자의 안전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휠체어 전용 공간'의 규격과 관련하여 규격을 반대로 적용할 경우 통로 침범으로 인한 사고의 위험성이 있다는 점, 현재 운행하고 있는 모든 저상버스가 이미 이와 같은 형태로 운행되고 있다는 점, 해외에서도 반대의 형태로 운행되고 있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길이는 버스의 긴 쪽, 폭은 버스의 짧은 쪽이라는 점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려고 한 장차법과 교통약자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규칙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 사건 규칙을 개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당 사항이 명확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의 법률 조항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마련한다면 휠체어 이용 장애인, 노약자의 이동권이 더욱 강력하게 보장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위 규칙 조항은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데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조항이므로 법률에 근거를 마련하여 더욱 잘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본다.

 

 

사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모든 버스가 휠체어 승강설비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며, 저상형으로 제작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생산되는 버스는 필수적으로 저상형으로 공급하도록 하고 휠체어 승강설비와 전용 공간, 안전 장치 등이 포함되도록 하는 법령과 정책을 마련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책이 시행된다면 미래에는 모든 버스를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이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약자, 임산부 등 많은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일이 될 것이다.

 

 

장애인도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 받아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비장애인과 동등한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헌법의 평등 이념에 따른 중대한 요청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사회적인 장벽으로 인하여  장애인이 비장애인처럼 생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여전히 이동권을 보장 받지 못한채 집에서 나오지 못하는 장애인이 수없이 많다. 우리의 헌법 이념에 맞게 그리고 장차법과 교통약자법의 취지에 맞게 규칙을 해석하고, 규칙이 잘못 해석되지 않도록 개선하여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사실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일 중  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간다면 언젠가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수준의 이동권을 보장받게 될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동천 송시현 변호사

 

 

* 법무법인 태평양과 재단법인 동천이 수행 중인 2층 광역버스 소송의 서면을 참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