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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칼럼] 북한취재를 통해 본 북한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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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12-09-27 00:00 조회2,19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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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북한의 현재모습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TV‘남북의창’ 애청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겠죠? 
아마 한민족이기 때문에 남한사람이라면 누구나 북한의 모습에 대하여 궁금해하는 것이 인지상정일텐데요. 



저는 지난 9월 24일 한 세미나에서 북한사람들을 오래 취재해온 한 중견 PD님의 
‘북한취재를 통해 본 북한주민들의 삶’에 대한 발표를 듣게 되었습니다.

법률가로서 북한을 법제로서만 이해하려하고, 현실의 절박함 때문에 
남한에 있는 탈북민들에 대한 법률지원만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던 저로서도 
북한의 생생한 현실을 들을 수 있었던 이 세미나 내용이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이에 여러분들과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이번 글에서는 특히 북한주민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북한의 ‘시장문화’와 북한내부의 ‘한류열풍’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소개해보겠습니다.


1. 이제는 일상이 된 북한의 ‘시장’문화
     가. 북한에서 왜 시장이 생겨났을까?



   화폐가 발달하면 시장이 발달하고 결국 자본주의가 유입되기 때문에 북한당국은 시장의 발달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이에 북한당국은 1958년부터 30년동안 농민시장만 조성하여 쌀을 제외한 농산물만 거래하도록 허가했었죠. 
    그러나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에 심각한 아사사태를 거치면서 농민시장이 암시장화되었고 
    결국 사회적 수요를 이기지 못하고 2003년경 시장이 합법화되고 종합시장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북한의 시장 주 활동자는 여자들입니다. 주로 집근처 텃밭 등에서 가꾼 채소 등을 시장에서 파는 사람이 많습니다. 
    현재 핵심계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북한주민들은 시장에 의존하여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신빈곤층’이 생기게 되었는데 이들은 시장에서 소외되는 북한주민들로서 
    주로 농부, 광부, 환자 등이 대표적입니다. 
    농부들은 협동농장 주변으로 삶의 테두리가 구속되기 때문에 시장접근성이 없고, 
    광부들은 주로 평안남도 덕촌이나 단촌에 많이 사는데 당국의 통제가 매우 심해서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죠. 
    여성이 시장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집안이 많기에 집안의 여성이 아픈 경우에는 그 식구 전체가 시장소외세력이 되어 극빈하게 살게 됩니다.

 나. 북한시장의 발달로 벼락부자가 생긴다던데?
    시장이 발달하면서 돈주(돈主-돈쭈라고 읽음)가 성장하게 되었는데 특히 신의주와 평양의 돈주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돈주는 남한말로 자본가라고 할 수 있는데 개인으로서 20만달러에서 100만달러를 운용하는 사람으로서 
    차판장사(후술)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재력가를 의미합니다.



    남한에서 부자가 되는 것이 어렵듯이 북한에서도 돈주가 되는 과정은 치열합니다. 
     초기에 ㉮식료품(떡, 술 등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음식)들을 시장에 내다 팔아 돈이 모이면, 이후 
     ㉯공업품(의류, 신발, 화장품 등 제조업관련 물건)들을 시장에 팔아 더 큰 돈을 모으고, 이후 
     ㉰중기장사에 뛰어들게 됩니다. 중기장사란 전자제품(TV, 냉장고, 선풍기 등)을 사고파는 장사를 말합니다. 중기장사로 제법 큰 돈을 모으게 되면 
     ㉱차판장사(차떼기로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파는 장사)를 통하여 부를 축적하게 됩니다. 차판장사로 막대한 이윤을 남기게 되면 
     본격적으로 ㉲외화벌이에 뛰어들게 되고 거대 돈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돈주가 출현하면서 북한에서는 이들의 비위를 맞추는 다양한 서비스직업이 생겨나고 있답니다. 
     가대기꾼(차판장사 돈주의 트럭이 오면 물건을 상하차하는 사람), 택배배달원, 가정교사(돈주의 자녀들의 영어교육 등 사교육을 담당), 
     주차관련서비스(가령 신의주와 중국을 운행하는 돈주의 차량이 잠시 식당에 들러서 식사하는 동안 그 차량의 발렛파킹, 세차, 타이어점검 등 
     안전점검전반 등의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등이 대표적이죠. 

     이렇게 북한에서는 국가 밖에서의 초보적인 노동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중입니다. 
     어디서든 돈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어쩔수가 없나봅니다.


2. 북한도 피할 수 없는 한류!

북한사회에도 한류가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한류를 ‘황색바람’이라고 부르며 표면적으로는 자본주의의 열풍이자 
사회주의의 적이라고 간주한다죠. 남한에서 빨갱이라는 표현에 적개심이 들어있듯이 북한에서도 황색이라는 표현을 일단 많이 경계한다고 합니다. 



가. 북한의 황색바람의 세 가지 모습
 
   ㉮ 우선, 남한상품의 인기가 높습니다. 북한 상류층들은 남한가전제품을 많이 쓰는데 그들도 중국산은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밖에 IT제품, 의류, 식료품, 화장품, 세수비누 등도 남한 것을 매우 선호하고 있습니다. 

   ㉯ 둘째로 남한대중문화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 가요 할 것 없이 남한 대중문화가 인기인데, 
        이는 대부분 당간부부인들의 기여(?)가 크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당충성도에 대한 의심이 나는 집은 가택수색을 하지만 
        당원의 집은 이러한 가택수색이 없기 때문에 당간부부인들은 마음놓고(?)남한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편이기 때문이죠. 
        전파속도도 매우 빠른데 가령 남한의 어떤 드라마가 인기라고 하면 북한 당간부부인이 중국을 통하여 
        그 드라마가 담긴 CD를 전달받아 평양에서 대량복제되어 사적으로 유통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채 일주일에서 열흘이면 충분할 정도라고 합니다. 

   ㉰ 셋째로 북한에는 현재 신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손바닥성경이라고 불리는 성경의 보급이 북한내부로 확대되고 있다고 합니다. 
         김일성의 모친인 강반석의 집안은 실제 대표적 북한의 기독교집안이었고 우리나라 기독교의 뿌리가 평양과 황해도에 있었던 점도 
         이러한 신앙의 확산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부분인 듯 합니다.


 나. 북한에 한류가 유입되면서 생긴 빛과 어두움 

   ㉮ 북한에 남한문화가 전파되면서 생긴 좋은 점은 북한주민들이 남쪽의 경제적 성취를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드라마나 영화 속 실내촬영은 조작이 가능하더라도, 거리풍경 등을 매번 조작할 수 없다는 것을 북한주민들이 알기에 
        드라마나 영화 속 남한 거리풀샷 등을 북한주민들이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면서 
        남한이 경제적으로 상당히 북한을 앞서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이에 비해 
   ㉯ 나쁜 점은 북한사람의 남한사람에 대한 이질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가령, 드라마나 영화, 가요속에 온통 사랑이야기만 가득하기에 남한사회를 문란한 사회로 오해하는 경향도 있고, 
        남한의 다문화사회(농촌총각들이 동남아 여성들과 결혼하는 모습 등)을 간접적으로 접하면서 
        조선민족의 피를 흐리고 있다고 욕하기도 합니다. 
        특히 북한에서는 식량난 다음으로 심각한 주택난(3~4대가 원룸에서 생활하는 것이 보편적인 북한 모습임, 전후 베이비붐 시대들이 
        독립해야 하는 80년대부터 북한이 극심한 경제난을 겪으면서 남한처럼 위성도시 등을 건설하지 못하여 현재 주택난이 매우 심각한 상태임)
        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남한드라마를 통해 아들방 딸방 이렇게 각각 따로따로 생활하는 남한사회모습을 접하면서 
        이기적이고 가족의 참모습을 외면하는 사회라고 보는 등의 시선이 그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나오면서

우리 생각처럼 북한사람들이 너도나도 굶어죽는 그런 처참한 상황만 북한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북한도 사람이 사는 곳이기에 자연히 시장이 발달하면서 자본주의적 문화가 빠르게 전파되고 있으며 
체제를 견고히하려는 북한정권의 노력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통일이 가까워오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보입니다. 
통일을 위해 이념적, 경제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지만 그보다 먼저 북한에 살고 있는 실제 주민의 삶을 
같은 인간으로서 조용히 들여다보는 것이 오히려 더 가치있는 고민이자 의미있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 재단법인 동천 김예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