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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 칼럼] 나누며 사는 삶(태평양 김성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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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11-05-30 00:00 조회1,8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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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누며 사는 삶
  

25일 안상수 전인천시장이 이화여대에 아파트를 기증했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 아파트는 결혼후 처음으로 구입해서 6년간 같이 살았던 것이라 하는데, 모야모야병에 걸린 아내가 1999년 두 번째 쓰러져 십여년간 식물인간으로 지내다가 작년 11월 세상을 떠나자 아내의 모교인 이화여대에 기증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나는 한 사나이의 애절한 사랑과 아내를 그리는 절절함이 가슴을 치는 것을 느꼈습니다.

내 주변에도 지난해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내가 틈틈이 보살피고 있는 (사)지구촌사랑나눔에서는 외국인근로자와 다문화가정을 위한 상담, 무료 병원, 무료 쉼터 및 급식소, 어린이집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여 왔습니다. 최근에 급속히 늘어나는 다문화 가정의 많은 어린이들이 피부색이 다르고, 한국말을 잘하지 못한다는 등의 이유로 왕따를 당하고 학교에서 제대로 적응을 못해 자퇴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되자, 지구촌사랑나눔에서는 그들을 위한 초등학교 설립을 추진해 왔었습니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어떤 분이 10억원이란 거액을 기부함으로써 오류동에 6층짜리 새 건물을 마련하여 ‘지구촌국제학교’가 설립될 수 있는 단초가 되었습니다. 그 분이 제시한 조건은 하나였습니다. 본인의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학교에 그분을 기리는 어떠한 표지도 사양하고, 심지어 지난 3월 입학식에도 참석하지 않으시더군요.

요즈음 신문을 보면 우리 사회는 부산저축은행 사건이니, K모 교수의 아내 살인사건이니, 각종 비리와 사기, 폭력 등 온통 더럽고 창피한 일들로 가득차 있는 것같이 보입니다. 그러나 돌아다보면 이 세상은 그래도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러한 소금과 같은 사람들 때문에 이 사회가 더 부패하지 아니하고, 조금씩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거액을 투척하는 사람들만 아름다운 사람들이 아니겠지요. 우리나라 최대의 자선단체의 하나인 월드비젼을 방문해서 물어보니, 매월 7~80만명이 기부를 한다더군요. 그들 중에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고, 나이가 많은 사람들보다 젊은 사람일수록 기부를 더 많이 한다고 합니다. 그러한 소액 후원자들 덕분에 6.25의 참변을 겪은 우리나라가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수십 개 국가를 지원하는 수많은 사업을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월급도 적은 젊은 후원자들이 참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나는 늘 정부가 모든 일을 다 해야 할 것처럼 노심초사했는데, 민간부문이 정부가 못하는 일들을 자발적으로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우리 태평양에서도 공익활동위원회에 참여하시는 변호사들이 60명을 넘고,(아마 공익활동위원회에 가입하시지 않고 숨어서 일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지만..) 로펌에서는 최초로 재단법인 동천을 창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것도 참으로 기쁜 일입니다.

사실 나도 그동안 때때로 조금씩이나마 뜻있는 곳에 기부금을 내기는 했었습니다. 승진을 했다거나, 자녀들이 결혼하고, 아기를 낳는 등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남을 도우려 했었습니다. 좋은 일은 혼자 이룬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덕분’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기쁨은 나눌수록 더 커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퇴임 후에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직접 상담을 해주며, 민간단체 운영에 자문을 해주는 일종의 재능기부를 하게 되면서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해보니 ‘베푼다’는 의식은 버려야 할 것 같더군요. 어차피 혼자 힘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 매일의 삶이 누군가의 수고와 도움으로 엮어질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생활이므로, 오늘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이웃들에게 감사의 표현을 하는 것, 내 소유를 조금 ‘나누어’ 그들의 도움을 ‘갚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움을 받느니보다 누군가를 돕는 삶이 더 행복할 것입니다.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