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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 칼럼] 아동․청소년의 인권현실에 시선이 머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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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15-06-29 00:00 조회1,86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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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6. 16. 오늘은 “교육부의 학교성교육표준안 대응을 위한 간담회”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오늘도 힘을 보태러 갔다가 더 많은 배움을 얻고 돌아왔습니다. 아동․청소년 인권보장을 위해 활동하기로 작정한 지난 2012년 이후 그렇게 하루하루가 제겐 배움이었고 동시에 매 순간이 후회되는 부끄러운 나날들 이었습니다. 그렇게 항상 부족함을 느끼면서도 이 활동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지나칠 수 없었던 아동․청소년의 인권현실이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몇 개 이슈를 여러분과 나누며, 법조인으로서 어느 영역에서든지 아동․청소년의 인권을 위한 공익활동에 동참해주실 것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아이스마트 키퍼”를 들어보셨나요? 부모와 교사가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을 관찰, 통제할 수 있도록 한 앱(App)입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여 청소년 명의로 가입할 경우 자녀가 접속한 웹사이트, 통화 목록 등을 보호자에게 자동으로 알려주는 보호앱 설치도 의무화되었습니다. 또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학교에 붙였으나 일방적으로 철거되고, 징계의 대상에까지 놓였던 개포고 사건을 기억하시는지요? 여전히 어느 학교에서는 초가을에 겨울교복을 입으면 오리걸음을 걸어야 하고, 머리카락이 1cm만 더 길어도 벌점을 받으며, 임신을 하면 퇴학을 당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한국의 아동․청소년은 입시경쟁에서 말 그대로 “살아남아야”한다는 이유로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유의 포기를 강요받고 있습니다. “OECD 아동 행복지수 최하위”라는 뉴스는 이제 더 이상 놀랍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이유로 겪는 “체벌”은 어떤가요. <2014년도 전국학생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손발이나 도구를 활용한 체벌’을 자주 또는 가끔 당하거나 목격한 학생이 무려 45.8%에 달했습니다. 체벌은 엄연히 폭력이자 학대이며, 힘이 있는 자의 힘이 없는 자에 대한 통제수단에 불과합니다. “교육적인 목적에서”, “사랑해서”는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가정 내 아동학대가 이슈화되면서 2015. 3. 27.「아동복지법」에 “아동의 보호자는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이 신설되었음에도, 학교 내 체벌에 대해서는 여전히 허용적인 분위기입니다. 회사 내 체벌이 허용되어야 변화가 있을까요? 또한 또 다른 폭력인 학교폭력도 그 심각성이 날로 커져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폭력이 오로지 한 학생의 책임일까요. 민주주의, 학생자치가 없고, 소수자는 외면한 채 입시만 남은 학교인 학교폭력의 해결은 요원할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작년에는 학교폭력 대응절차를 회복적․교육적으로 바꾸기 위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을 위한 법률」개정 입법운동에 참여했는데요, 국회와 정부는 여전히 CCTV설치, 경찰관 배치, 생활기록부 기재 등 감시위주의 응보적 대책을 세우고 있어 무척 우려스럽습니다. 

그렇게 학교에서 자유와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여 자퇴하거나 퇴학당한 청소년이 2014년 현재 약 28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법률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으로 일컫는데요, “학교 밖 청소년”은 학습권, 노동권, 건강권 등에 있어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 학교부적응자, 사회적비용, 비행청소년으로 잘못 낙인찍히고 차별받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14년에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제정에 몰두했었고, 동 법률은 지난 달 29일에 시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종종 경험하듯 법률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늘 이 글을 쓰면서도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 보자며 다짐해봅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한 축에 “대안교육 운동”이 있습니다. <대안교육연대>의 표현을 빌리면, 대안교육이란 ‘획일적 교육, 비민주적 교육, 입시위주의 교육을 극복하는 대안적인 삶의 교육’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현재는 불법이라는 위험과 열악한 조건에 놓여 있습니다. 대안교육이 합법적이며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이 제정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최근 제게 가장 고민스런 숙제는 ‘청소년의 섹슈얼리티’입니다. 아동성폭력 사건에서 성범죄자를 처벌해달라 요구하는 것은 그리 고민스런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연인사이였다”는 이유로 15세의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연예기획사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 판례를 접할 때, 성매매가 자발적이었다는 이유로 인권을 침해당한 청소년을 도리어 범죄자로 처벌하는 판례를 접할 때면 우리 사회는 ‘청소년의 성’을 정말 보호하고자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런가 하면 반면 교육부의 “금욕”을 가르치라는 <학교성교육표준안>이 대표하듯 우리 사회가 과연 아동․청소년을 성적 주체(존재)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와 같은 이중적인 태도를 어떻게 이해야 하고, 풀어가야 할지가 무척 고민입니다. 앞으로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마도 지금까지 살펴본 문제는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비교적 많아 보입니다. 하지만 소년원에 수용된 보호소년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매우 드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보아도 보호소년에 대한 일련의 법률과 제도가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죄형법정주의와 같은 아주 기본적인 원칙들을 준수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작년에는 관련하여 「소년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하였는데요, 부디 헌법재판소가 올바른 결정을 내려주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몇 개 이슈를 들으시면서 아동․청소년의 인권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게 되셨다면, 무척 반갑고 고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동․청소년을 “위한다”는 말이 자칫 폭력적일 수 있다는 점을, “보호”한다고 하는 행동이 어느 순간 “통제”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섹시하다’는 칭찬이 여성에게 언제나 칭찬이 아니듯 말이죠.  

그런데 이처럼 아동․청소년의 인권현실이 취약한 것보다 더욱 문제는, 이를 해결해야 할 국회가 정작 아동․청소년의 목소리에 관심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간단한데 아동․청소년에게는 표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역사상 노동자, 여성, 장애인의 유권자 운동이 의미하듯 아동․청소년에게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전제입니다. 우리 「헌법」이 선거권과 공무담임권을 모든 국민에게 보장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은 19세 미만의 자에게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 금치산자와 같은 수준에서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으며, 뿐만 아니라 선거운동의 자유와 정당가입의 자유도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동안 청소년활동가 등이 수차례에 걸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였지만, 번번이 돌아오는 헌재의 대답은 “독자적인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적‧신체적 자율성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의 합헌결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저 역시 「1618선거권을 위한 시민연대」에서 실시한  “제1회 6·4지방선거 청소년 투표” 활동에 동참하면서 또 한 번의 좌절을 경험했습니다. “제1회 6·4지방선거 청소년 투표”는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넷모의투표로, 중앙선관위는 이 투표가 공선법을 위반하여 처벌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내온 것입니다. 또 경기에서는 10대 청소년 모임 「‘할 말’ 기획단」이 교육감 후보들을 초청한 토론회가 사전선거운동이라는 선관위의 통보에 따라 무산되는 일도 있었지요. 부디 다음 선거 전에는 「국제아동인권협약」과 「헌법」, 국제적인 흐름에 맞도록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 좋겠습니다. 

허둥지둥 달려온 지난 3년 반을 돌아보면, 앞으로 조금이나마 아동․청소년의 인권에 기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몹시 고민이 됩니다. 응원해주시고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빌려 지난 시간 동안 제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동료로 함께해 준 청소년활동가 분들과 동천에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작성자: 동천 김차연 변호사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하였고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중학교 시절에 어렴풋하게 인권변호사를 꿈꾸기 시작했고, 운 좋게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사실 운이 좋았다고 하지만 그 길에는 열정을 가르쳐준 인권활동가, 인권변호사 선배님들, 로스쿨 동료들과 신뢰를 주신 부모님이 있었습니다.  
졸업 후에 인권변호사로 살아가려면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재단법인 동천에서 변호사 선발공고가 났고, 2012년 2월에 입사하여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 본 칼럼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는 작년 5월부터 발간하고 있는 <로스쿨 창>에 게재된 글입니다.
    25개 로스쿨, 전국 4년제 대학교, 청와대, 국회, 정부부처, 대기업 등 다양한 곳으로 배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