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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 칼럼] “체벌은 이미 금지되고 있습니다” - 체벌이 허용될 수 없는 10가지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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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14-12-29 00:00 조회7,11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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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은 이미 금지되고 있습니다”
- 체벌이 허용될 수 없는 10가지 이유 -

 

학생에 대한 “징계”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학생의 인격이 존중되는 교육적인 방법으로 하여야 하며”라고 하면서(제31조 제2항), 동시에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동조 제8항, 2011. 3. 18. 신설). 하지만 이 같이 법률에서 명백히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도 전국학생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손발이나 도구를 활용한 체벌’을 자주 또는 가끔 당하거나 목격한 학생이 무려 45.8%에 달했습니다. 또한 직접 때리지 않을 뿐 그 만큼 또는 그 이상의 신체적 고통을 주는 체벌은 그 비율이 훨씬 높으며,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금지하고 있다지만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하는 규정은 없고,  「형법」상 폭행죄, 학대죄, 상해죄가 있다지만 “교육적 목적이고 그 방법과 정도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있을 만하다면” 무죄를 선고하는 법원의 태도에서 1차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다만 2011. 3. 18.자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체벌금지 규정이 신설되기 전 판결임). 

하지만 그 바탕에는 교사의 학생에 대한 체벌을 쉽게 용인하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고 있으며, 때문에 우리는 사람이 사람에게 신체적으로 고통을 가하는 체벌은 허용될 수 없고, 더구나 보호하는 사람이 보호받는 사람을 체벌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는 이 당연한 사실을 증명해야 했고 설득해야 했습니다.

그 설득의 하나로 2014년 12월 9일  「인권친화적학교+너머 운동본부」는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아동학대의 눈으로 본 체벌과 학생인권 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다. 발제자로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공현 활동가와 민변 교육위의 김병희 변호사가 나섰으며, 이어 당사자인 준영 학생과 이기규 교사의 토론이 이어졌고, 세이브 더 칠드런의 김은정 팀장, 지역아동센터 송태숙 대표는 아동학대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토론을 펼쳤습니다.

 

체벌 글 사진(웹).jpg

 

 

이 날 토론회에서는 체벌이 허용될 수 없는 수많은 이유가 나왔지만, 이하에서는 그 이유들을 10가지 정도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1. 인간이 존엄성을 침해합니다. 체벌에 대한 경험은 힘에 굴복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받는 잊을 수 없는 경험입니다.   

2. 아동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합니다. 체벌경험연구에 따르면 학교체벌로 인해 폭력에 우호적인 태도가 형성되고 공격성이 강화되며, 부정적인 자아정체성이 형성된다고 합니다.  

3. 교육적인 수단이 아닙니다. 체벌은 교사의 통제에 따르게 하는 빠르고 쉬운 수단일 뿐 다른 교육적인 가치가 없습니다. 결국 힘을 가진 사람이 힘을 가지지 않은 사람에게 행하는 통제방법의 하나에 불과하며, 이 점에서는 학생 간 폭력과 크게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많이 맞은 학생의 대부분은 결국 자퇴하거나 퇴학하게 되는데, 체벌이 결코 교육적이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예입니다.  

4. 폭력을 배우게 됩니다. 학생 사이에서도 힘을 가진 학생이 힘이 없는 학생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거나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폭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학교폭력이 증가하는 이유의 하나도 체벌의 용인에 있습니다.    

5. 체벌의 기준이 모호하고 일방적이며 자의적입니다. 일반적으로 체벌이 허용되는 기준인 ‘교육하기 위한 경우’, ‘너무 심하지 않는 경우’라는 기준은 지나치게 모호합니다. 때문에 학생들은 민주주의를 배우기보다 학기 초 교사의 성향을 파악하고 매일 교사의 기분이 어떤지 눈치를 보게 되는 독재를 경험하게 됩니다.  

6. 체벌에 관대한 사회가 아동학대를 점점 더 심각하게 만듭니다. 식칼로 체벌했다는 최근의 사례도 그렇게 놀라운 일이 아닌 이유입니다.  

7. 체벌은 아동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는 행위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처벌하는 “아동학대”입니다. 이 법은 아동학대에 대해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8. 체벌은 국제인권규범에 위반한 행위입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한국에 대해 모든 상황에서의 체벌의 전면 금지를 반복하여 권고하였습니다. 이때 체벌이란 비단 신체적 고통을 주는 벌 뿐만 아니라 “모욕적이고 비인간적인 대우 자체”를 포함합니다.    

9. 체벌에 대한 사회적 용인은 신고를 주저하게 합니다. 학생은 폭행이나 학대를 당해도 신고하는데 부담 또는 두려움을 느끼며, 때문에 심한 상해까지 이르러 사건이 커질 때에야 비로소 구제받을 수 있을 뿐입니다.  

10. 국제적 추세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현재 전 세계 43개 국가에서 체벌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고, 가정부터 학교, 어린이집, 사법체계에 이르는 모든 곳에서 모든 종류의 체벌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을 교사의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으며 그것은 바람직한 방법도 아닐 것입니다. 또한 체벌을 금지한다고 곧장 학교의 반인권적이고 비민주적인 문화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체벌은, 즉 사람이 사람에게 신체적인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을 제외하고는) 교육, 통제와 같은 그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실 이미 법률은 체벌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육부는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기 전에 법령과 정책을 보완하여 체벌이 전면 금지되도록 해야 하며, 법원은 “교육적 목적이고 그 방법과 정도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있을 만한지”를 기준으로 판단 할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폭행죄, 학대죄, 상해죄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학생시절... 어떤 이유에서든지 친구를 때리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또 선생님께 맞는 건 맞을 만한 이유가 있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맞을 만한 이유는 많은데 지금은 어쩐지 맞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여전히 숙제는 기한을 넘기고, 지각도 하며, 따져 묻기도 하고, 복장도 자세도 불량한데 말이죠. 단지 나이를 먹었을 뿐인데...

 

- 변호사 김차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