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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발달장애인을 위한 형사사법절차 제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_김윤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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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22-04-06 15:07 조회96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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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을 위한 형사사법절차 제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재단법인 동천 김윤진 호사

 

최근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피해자인 사건의 경찰 조사에 당사자의 고소대리인으로서 동석한 적이 있다. 조사는 대리인단의 요청 끝에 발달장애인 전담조사관이 진행하였는데, 동행한 활동가님이 발달장애인 전담조사관이 실제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 하셨다. 이는 그만큼 발달장애인 전담조사관 제도가 활발히 활용되고 있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발달장애인 전담조사관 제도가 도입된 것은발달장애인 권리보장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발달장애인법’) 시행된 2015년이다. 동법 13조가 발달장애인 전담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발달장애인을 조사심문하여야 함을 규정하면서, 각급 경찰서마다 발달장애인 전담 사법경찰관이 지정되었다.

 

그러나 막상 일선 현장에서는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 및 발달장애인 관련 제도에 대한 무지로 발달장애인 사건관계인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까지도 발달장애인 전담수사관이나 보조인 조력 제도가 안내되지 않는 것은 물론,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과잉제압 등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그렇기에 최근 동석한 조사에 갈 때도 발달장애인 전담조사관이 얼마나 실효성 있는 역할을 할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조사가 진행되며 다음과 같은 점들을 새기게 되었다.  

 

첫째, ‘제도매뉴얼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발달장애인 전담조사관 제도가 실제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발달장애인법에서 해당 제도를 규정하였기에 이를 근거로 이번 조사에서 대리인단이 전담조사관 배치를 요청할 수 있었다. 또한 실제 조사 과정에서 당사자가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진술할 수 있도록 대화를 진행하려는 전담조사관의 노력이 느껴졌다. 이후 찾아보니 NICHD(National Institute of Child Health and Human Development, 미국국립아동인간발달연구소) 프로토콜의 3단계(사전 조사단계-사건 조사단계-종료)에 해당하는 질문들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였다. 매뉴얼이 있다 하더라도 현실에서 잘 구현되는가는 다른 문제이기에 때로는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받기도 하지만, 매뉴얼이 있고 없고는 상당히 큰 차이를 불러온다.   

 

둘째, ‘태도가 능력과 별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각에는 태도가 불친절하여도 능력만 있으면 일을 수행하는 데엔 큰 영향이 없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를 포함한 조사 과정들을 보며, 태도 또한 능력과 분리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한 수사관의 경우 질문을 빠르게 이해하고 답변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를 대하는 데 한계가 있고, 이는 당사자로부터 구체적 진술을 이끌어내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데 지장을 준다. 당사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절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비단 당사자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경찰 직무의 효과적 수행에도 필수적인 부분이다.

 

셋째, 제도의 필요성 인식 및 확산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의 대상 사건은 언론에 의해 기사화된 바 있고, 사전에 대리인단이 담당 경찰서에 발달장애인 전담조사관이 조사를 진행해줄 것을 요청한 사건이었다. , 발달장애인 전담조사관에 의해 적절한 조사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언론이나 변호사 등 대리인들이 요청하기 전이라도 형사사법절차의 집행에 관여하는 실무자들이 발달장애인 관련 제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현실에서 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202112월 장애인권단체들과 국회의원, 경찰청 관계자가 참여한 <장애인 인권과 경찰 역할에 관한 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전담관 수는 20161,284명에서 2021770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최초에는 경제∙형사∙교통 등 기능별 전담관을 지정하였으나, 사건 수요가 적다는 판단에 따라 인력을 축소하여 여성청소년과에만 필수로 전담관을 지정하고 있다고 한다. 전담조사관은 교육 및 타부서 조사지원을 해야 하는 업무적 부담이 있음에도, 수당 등 인센티브가 별도로 지급되지 아니하여 연차가 낮은 수사관이 담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전문성경험 축적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이러한 점들이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전담조사관뿐만 아니라 일선의 경찰관 모두가 어느 정도의 인식 수준은 갖추고 있을 필요가 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형사사법절차는 조사나 재판 과정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대응하고 체포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적절한 절차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