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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정신장애인의 복지서비스이용 차별 해소를 위한 첫 걸음,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_정제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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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21-11-16 14:52 조회81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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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의 복지서비스이용 차별 해소를 위한 첫 걸음,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

재단법인 동천  정제형 변호사


 

정신장애인복지관을 본 적이 있는가? 물론 장애인복지관이 흔히 볼 수 있는 시설은 아니지만 한 번쯤은 시각장애인복지관, 청각장애인복지관, 발달장애인복지관 등 여러 유형의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복지관을 마주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독 정신장애인을 위한 복지관은 전국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장애인복지관 뿐만 아니라 정신장애인이 이용가능한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장애인거주시설 등 다른 유형의 장애인복지시설도 거의 없다. 일례로 서울의 경우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138개소에 달하는 것에 비해 정신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정신질환자직업재활시설은 7개소에 불과하다.

 

이처럼 정신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가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에 비하여 현저히 부족한 것은 정신장애인을 배제하는 장애인 정책과 그 근간이 되는 법의 영향이 크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에서는 장애인복지법에서 정하는 15가지 유형의 장애인 중,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장애인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장애인복지법의 적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 위 규정의 위임에 따라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34조에서 정하고 있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장애인복지법 적용 제한의 범위는 법 문언의 해석만 보면 넓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행령에 따르면 단지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정신장애인에 대하여 검진 및 재활상담을 하고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정신장애인이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주거편의상담치료훈련 등의 필요한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이 제한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장애인복지법 제15조는 시행령에서 정하는 범위를 넘어서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서비스 이용을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 법에서 명시적으로 정신장애인이 장애인복지법의 적용의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보니 장애인복지관 등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인복지시설 현장에서는 정신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정신장애인을 담당할 수 있는 인력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실제로 정신장애인이 장애인복지관에 찾아가면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으므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찾아가보라는 안내를 받을 뿐이다.

 

새로운 장애인 정책을 설계함에 있어서도 정신장애인은 배제되고 있다. 2021. 8. 2. 정부는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향후 20년 간 국가차원에서 탈시설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정작 장기입원의 형태로 병원에 수용되어 살아가는 정신장애인이 병원을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회복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탈원화에 대한 계획은 전혀 담기지 않았다. , 장애인복지법 제15조는 그 자체로 정신장애인은 정신건강복지법의 적용을 받고 정신보건정책에서 다뤄야하지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정책에서 다룰 대상이 아니라는 제도적 고정관념을 증폭시키고 정신장애인을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신장애인은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른 지원이라도 제대로 받을 수 있어야 하겠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2016년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전면 개정되면서 복지서비스의 제공에 대한 규정이 신설되었으나, 그 내용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추상적인 노력의무만을 담고 있다. 구체적인 서비스 내용이나 예산 등에 관한 내용은 지금까지도 하위법령에서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유일하게 규정하고 있는 정신장애인을 위한 지역서비스시설로는 정신재활시설이 있지만, 2021년 정신의료기관이 1,670개소인 것에 비해 정신재활시설은 348개소에 불과하다. 전국에서 정신재활시설(주간재활시설, 직업재활시설, 종합시설)이 단 1개소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시··구는 142개로 전국 62.8%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장애인복지법 제15조에 더하여, 정신건강복지법에서 복지서비스 관련 규정의 미비는 정신장애인의 복지 소외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다행히 2021. 6. 28. 국회에 장애인복지법 제15조에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법적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삭제하는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다. 2021. 10. 7.에 이뤄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이 발의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의 취지대로 법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하였다. 조속히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개정되어 정신장애인의 복지차별 해소를 위한 첫걸음을 밟을 수 있길 바란다. 이와 동시에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의 주체임을 명확히 하고, 장애인복지법과 정신건강복지법 어느 법에서도 책임지지 않던 정신장애인의 복지서비스에 대한 내용을 어떻게 보완하고 전달체계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들도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정신재활시설 운영 이용실태 및 이용자실태조사’,(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