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l 봉사활동 | [현장스케치] 2016년 농아인과 함께하는 어울림 고궁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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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16-10-31 00:00 조회2,488회본문
<어울림 고궁 나들이> 프로그램에는 수화교실 프로그램을 통해 수화를 배운 태평양, 동천 구성원과 농아인 27명이 참석했습니다. 회의실에서 강사님들을 통해 배운 수화를 활용하여 농아인들과 청인이 직접 소통하고 농아인들로부터 직접 수화를 배우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종로구청에서 시ㆍ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고궁해설사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농인해설사 2명이 함께 하였고, 수화해설이 더해져 농인과 청인이 함께 우리나라 최대 궁중정원인 창덕궁 후원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구로구 수화통역센터 내 농아인분들과 태평양, 동천 구성원이 1:1 매칭을 통해 농아인들과 청인은 서로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수화교실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으로 수화를 배웠던 지라 알고 있는 수화가 너무 제한적이어서 소통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마치 영어를 배울 때 알파벳만 배우고 갔는데 회화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지화로 하나하나 소통을 하는 수 밖에 없어서 농아인 짝꿍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조금 더 많은 표현을 배우고 갔더라면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았지만 날씨도 너무 좋고 활발한 농아인분들 덕분에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짝꿍과 함께 미션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지정된 두 곳을 찾아가 청인이 미션지를 뽑아 그 단어를 보고 지화로 설명하면 농아인이 수화로 알려줘서 서로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었습니다. 상품이 걸려있어서 저희 모두 전력질주를 했습니다. 그 결과 한 10분 안에 게임이 종료되었지만 돌아와서 서로 대화를 나누며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어울림 고궁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 농아인에 대한 교육을 받을 때, 뒤에서 차가 오는데 농아인이 듣지 못하는 영상을 보았었는데 실제로 그들과 함께 다니다 보니 농아인이 위험한 상황에 많이 노출되어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본인이 이야기하고 싶을 때 청인들은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되는데 농아인들은 서로의 눈을 보아야 소통이 가능하기에 손을 흔들며 자신을 봐달라는 몸짓을 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고궁에서의 행사가 끝난 후 근처 식당을 가서 칼국수, 떡만두국 등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는 “맛있다.”,“칼국수”,“김치” 등 미리 배웠던 표현을 통해 대화를 이어나갔고 오늘 하루 전반적인 프로그램을 통한 느낀 점 등을 나누며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식사를 다하고 나와 서로를 껴안고 번호를 교환하는 등 4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의 눈을 보며 진실된 마음으로 소통했던 것이 서로의 마음을 따뜻하게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중학생 때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봉사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한 지체장애인 분이 같이 봉사하던 남학생의 뺨을 세게 때리는 모습과 저 역시 식사하던 지체장애를 겪던 여자학생이 죽을 먹던 숟가락을 제 머리에 묻혔었던 경험이 있는데 봉사자였던 저희 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는데 시설 종사자님이 오히려 저희에게 화를 내고 무시했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어린 시절 저에겐 장애인복지시설이라는 공간이 트라우마로 남아있었습니다. 철없었던 저는 그 트라우마가 장애우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졌습니다. 대학교에 와서 사회복지라는 학문을 공부하며 전문적인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선 특정 대상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선 안되는 걸 알면서도 장애우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아동복지론을 배우면서, 대학교에 진학하여 참여했던 대외활동의 프로그램 등을 통해 반성을 했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평가하는 전공시간에 ADHD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획하면서 장애우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철 없었던 편견에 대한 마음 구석에 존재하던 죄의식을 이번 수화교실을 통해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장애우는 틀린 것이 아니라 우리와 일부분에서 약간 다를 뿐, 그 다름이 편견이 되선 안된다는 말들을 현장에서 몸소 느낄 수 있음에 행복했으며 그런 시간을 제공해주신 태평양과 동천에 감사드립니다.
14기 인턴 한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