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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현장스케치] 2016 손으로 소통하는 수화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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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16-06-27 00:00 조회2,19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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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0월에 열렸던 일일 수화교실에 이어 올해 동천에서는 태평양과 동천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손으로 소통하는 수화교실”을 10주간 진행했습니다. 해당 교육은4월 7일부터 6월 16일까지, 신청자 33명과 함께 매주 목요일 점심시간마다 이루어졌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동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손동작에 집중하며 소통하려 노력하는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알차고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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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아 수화통역사님의 첫 강의는 농아인에 대한 간단한 지식과 지문자, 지숫자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농아인이란 넓은 의미의 청각장애인들 중에서 청력손실이 심하여 보청기를 착용해도 청각을 통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사람들로 이들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손으로 말하고 알아듣는 수화나 입술모양으로 알아듣는 구화를 사용합니다. 지문자, 지숫자는 수화의 기본으로, 이들만 잘 알아두면 다른 수화를 하지 못해도 한 글자씩 표현 가능하기 때문에 그 효용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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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의 강의에서는 인사말, 가족, 법률, 교통수단, 자연, 시제 등과 관련된 다양한 표현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수화 표현들은 편의성과 의미를 고려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경아 수화통역사님의 재치 있는 말솜씨가 곁들여진 설명은 매우 흥미로웠고, 하나를 배워 그것을 응용해서 다른 수화를 예측해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또한 수화를 배우는 것 역시 하나의 언어를 새로이 습득하는 과정에 속하기 때문에 꾸준한 연습과 복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수화는 음성이 아닌 신체의 움직임만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만큼, 전달자가 상대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진심을 담아 의사를 표현해야 하는 언어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농아인이 아닌 필자가 느낀 바로는, 수화 표현 하나를 더 외우는 것보다 서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름을 인정하고 소통하려고 애쓰는 마음이 대화를 이루어나가는 데 중요한 힘이 되어주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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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교육이 있기 며칠 전, 6월14일에는 시청각장애인분들과 함께 베리어프리 영화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관람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베리어프리 영화 (barrier-Free Film)란 기존의 영화에 화면을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화면해설과 대사 및 음악, 소리정보를 알려주는 한국어 자막을 넣어 모든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영화입니다. 필자는 영화를 보며 베리어프리 영화를 보는 시청각장애인들의 경험을 같이 느껴볼 수 있도록 도중에 간간히 눈을 감고, 혹은 귀를 막고 감상해보았습니다. 잠시 동안의 경험이었지만 평소에 당연하게 써오던 오감에 제한이 생기니 훨씬 집중하지 않는 이상 영화를 온전히 이해하며 감상하기 어려웠고, 해설과 자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들에서 ‘이건 무슨 소리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라는 궁금증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리고 예술을 있는 그대로 감상하고 싶은 마음은 어느 누구나 마찬가지이기에, 누군가에게 그러지 못하는 불편함이 존재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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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 마지막 날에는 다같이 조를 짜서 홍진영의 노래 <사랑의 배터리>를 수화로 불러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 가장 수화노래를 잘 표현한 조와 가장 높은 출석률을 자랑하신 수강생에게 상장을 수여하고 수료증을 배부하며 아쉬운 마음과 함께 교육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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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주어진 것이 내 삶에 어떤 혜택을 주고, 그것이 주어지지 못한 사람들이 나와는 어떤 점에서 다른 삶을 사는지 인식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인권의 천부성(inherent), 불가양성(inalienable), 만인공유성(universal)을 믿는다면, 내가 직면한 문제가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의 어려움도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들이 듣지 못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지’가 아닌, 내가 먼저 농아인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수화를 익히고 이해하는 모습은 그러한 노력의 소중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동천을 통해, 또 나아가 일상 생활에서 수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겨나기를 바랍니다.

 13기 인턴 송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