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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인권단체 지원 | [현장 스케치] 통일을 준비하는 여명학교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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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11-06-30 00:00 조회1,95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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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준비하는 여명학교를 다녀와서
 
날씨: 맑음
장소: 남산 언저리
날짜: 2011년 6월 10일
 
동천에서 인턴을 하며 가장 기쁜 일 중 하나는 통일을 준비하는 분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통일한국은 어떤 법제시스템을 가져야 할까, 전혀 다른 문화와 사회에서 지낸 그들에게 어떤 사회제도가 필요할까? 이렇게 통일을 준비하는 탈북민팀 변호사님들과 지난 6월 10일 남산언저리에 위치한 여명학교에 방문하였다. “희미하게 날이 밝을 무렵, 갓 해가 밝아오는 무렵”의 뜻인 여명에는 여명학교 학생들의 삶 속의 여명을 준비할 뿐만 아니라 통일한국의 여명을 준비하는 학교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여명학교에 들어서자마자 우기섭 교장선생님, 조명숙 교감선생님께서 반갑게 맞이하여 주신다. “우리 아이들이 바로 북한과 남한을 연결시키는 통로입니다!” 여명학교의 구석 구석으로 안내해주시는 우기섭 교장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여명학교 학생들을 이렇게 소개시켜 주신다. 통일을 준비하는 분들의 시각에서 보면 탈북 청소년들은 더욱 특별하다. 탈북 청소년들은 통일 이후 만나게 될 북한 청소년들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한국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만 훗날 통일된 후 분단의 시간 속에서 나타난 차이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여명학교 학생들의 평균 나이는 22살에서 23살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이에 비해 학생들의 키가 많이 작다. 보통 북한을 떠나 한국에 오기까지 중국 등 제 3국에서 3년 정도 고생을 하는데, 그 시간 동안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여서 상대적으로 작은 키를 갖는다고 한다. 처음 아이들을 만나 맛있는 것을 먹이고 싶어 여명학교 분들께서 30명 정도의 아이들을 위하여 40인분의 고기를 구우셨지만 아이들이 반도 먹지 못하였다고 한다. 오랜 시간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여 아직 위가 고기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셨던 것이다. 학생들의 힘들었던 시간을 누구보다 이해하시는 우기섭 교장선생님은 탈북민들이 제 3국에서 난민 인정을 받아 최소한의 권리라도 보장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신다.



 
여명학교의 게시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리가 돕는 아이”란에 있는 여명학교가 후원하는 아이의 모습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더 어려운 상황 속에 있는 다른 이들을 기억하고 도와주는 예쁜 마음에 부끄러워진다. 이외에도 한 달에 한번씩 쪽방에 가서 봉사활동을 한다고 한다.

사실 학생들과 점심을 먹으며 나눈 짧은 대화 속에서도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임재범을 닮아 임재봉이라 불리는 한 학생은 자신은 여러 경제적 지원을 받는데 학비 때문에 걱정하는 남한 아이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내가 누리는 혜택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내 모습에 또 한번 부끄러워진다.





참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오늘의 점심 메뉴를 이미 다 알고 있다! 쉬는 시간에 몰래 학교 식당에 가 오늘의 음식을 확인하던 나의 고등학교 때 모습이 생각이 나 웃음이 났다. 맛있는 삼계탕을 준비하여 주신 태평양의 노영보 변호사님의 격려 말씀을 듣고 왁자지껄한 점심시간을 갖는다. 

“여러분, 공부하는 거 힘드시죠? 누구나 다 힘들어요. 그래도 열심히 하다 보면 보상을 받게 되니 열심히 합시다!” 

짧은 말씀이었지만 나도 마음이 짠해진다. 너무나도 다른 이야기를 가졌지만 힘든 일을 이겨내며 열심히 살려고 하는 모습은 저기에 앉은 아이들이나 우리나 똑같구나.
 
나는 임재범을 닮은 임재봉 학생과 간호사가 되고 싶어하는 예쁜 학생과 함께 식사자리를 했다. 학생들은 대학에 들어가 남한 아이들과 어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다. ‘지금처럼 하면 될 것 같은데...’ 하경언니와 웃으면서 대답하였다. 학생들은 혹시 남한친구들이 아는 기본적인 것 조차 몰라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한다. 그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점심시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린다. 무엇보다 내가 상상하기도 힘든 경험을 한 그들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 많지만, 혹시 실례가 될지 몰라 물어보지 못하였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조명숙 교감선생님께서 짧은 동영상을 보여주셨다. 탈북민들이 북한을 떠나 중국 등 제3국에서 겪는 일들을 담은 다큐멘터리였다. 대사관으로 들어가는 문을 사이에 두고 5살쯤 되어 보이는 딸이 대사관 문 앞에서 공안들에게 맞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대사관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나오지도 못하는 모습에 모두들 눈시울이 붉어졌다. 난민팀에서 여러 난민신청자의 힘든 이야기를 들으며 느낀 마음과는 다른 방식으로 가슴이 아팠다. 한민족이라는 게 이런 걸까? 박해의 위험에 있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것, 중국에서 탈북민들에게 난민인정을 해주는 게 이래서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하셨구나.
 
여명학교는 이렇게 우리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이다. 교육을 통해 꿈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여러 선생님들의 사랑을 통해 아이들의 상처를 안아준다. 북한에서의 경험과 남한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통일을 하게 되면 북한과 남한을 잇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학생들의 모습이 그려져 설레인다.

“하나님을 경외하고, 사람을 사랑하며. 민족을 하나로”라는 교훈 아래 통일을 준비하는 여명학교 선생님들, 학생들 그리고 탈북민팀 변호사님들! 모두 멋지십니다. 항상 힘내세요!
 
3기 인턴 동윤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