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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변호사 양성 | [현장스케치] 형제복지원 국민법정을 다녀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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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14-10-17 00:00 조회1,83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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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28일 오후 2시 건국대학교 법학관 모의법정에서 진행한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모의재판」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모의재판은 사법연수원 제44기 인권법학회(44Law’팀)가 주관하였고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와 형제복지원사건피해생존자·실종자·유가족모임이 공동으로 주최하였으며 재단법인 동천이 후원했습니다. ‘44Law팀은 재단법인 동천에서 매년 진행하는 공익·인권활동 프로그램 공모전의 4회 활동 팀 중 하나로 모의재판의 시나리오를 직접 작성,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선발된 11명의 배심원이 공판 절차를 지켜본 후 피고인에 대한 유·무죄를 판단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모의법정에 들어서자마자 120여개의 관람석이 가득 찬 것으로 모자라 많은 분들이 서서 참관하는 모습을 보고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엄청난 관심이 느껴졌습니다. 이 모의법정을 통해 형제복지원 사건을 처음 접해보게 된 저로서는 모의법정이 꽉 찬 광경과 SBS에서 취재를 나온 것을 보며 사건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우선 자리에 앉아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모의재판 팜플렛에 담겨 있던 본 사건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읽었습니다.

 

형제복지원사건은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이 저지른 비극적이고 파탄적인 인권침해 사건입니다

국가의 주도하에 피해자들이 형제복지원으로 강제 수용되었고, 국가의 묵인 하에 형제복지원 내에서는 불법감금, 강요, 협박, 폭행, 강간, 상해, 사망 등의 범죄가 이루어졌습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결국 국가에 의한 폭력이자 국가 범죄라는 것입니다.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의 다수는 장애인, 여성, 아동 등의 사회 소외계층입니다. 이들을 주도적으로 보호하여 할 국가가 헌법적 의무를 방기한 채, 오히려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부랑자'라는 낙인을 찍어 사회와 분리시켰습니다. 그리고 형제복지원이라는 괴물을 통하여 이를 허울 좋게 '복지'라고 포장하여 선전하였습니다.

'부랑자 청소' '복지'의 슬로건은 결국 정권을 유지하는데 이용되었는데, 이 또한 국가가 형제복지원 사건의 배후에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987년 당시 사법부는 이미 형제복지원사건을 법정에 세운 바 있습니다. 그러나 형제복지원 사건이 담고 있는 추악한 진실과 시대의 모순, 국가의 책임은 전혀 다뤄지지 않았고, 눈에 보이는 괴물인 형제복지원 관련자들을 법정에 세운 것에 불과했습니다….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부랑자 청소복지라는 목적으로 국가가 보호해야 할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한 국가가 저지른 폭력이라고 소개한 것을 읽고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다는 사실과 이에 대한 국가의 태도에 충격을 받았고, 사건에 무지했던 저의 모습을 반성했습니다.

팜플렛에 실려있던 공소장, 공소사실 및 사건의 쟁점, 증거 등을 읽던 중 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검찰 측은 형제복지원 원장 피고인 박인권(실제 피고인 박인근의 가명)에게 살인·사체은닉·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미성년자약취유인 혐의를 적용했고, 당시 재임 중이던 전두환에게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하였습니다.

 이후 검찰과 변호인 측 증인들의 증언이 있었습니다. 증인 중에는 실제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던 피해자 2명도 있었는데, 직접 겪었던 피해사실과 목격담을 들으며 그분들의 고통이 느껴져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어린 아홉 살의 아이가 부랑자라니……가족이 집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고 심지어 형제복지원에 찾아갔음에도 증인을 감금하고 폭행한 사례들을 듣고 경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형제복지원에서의 비현실적이고 반인권적인 여러 증언을 들으며 분노하였고 이러한 사태가 일어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답답함과 비탄함을 느꼈습니다.

피고인 신문 중에는부랑자에게 무슨 인권이 있냐는 피고인의 진술에 제 옆에 앉아계셨던 피해자 중 한 분이 욕을 하시며 모의법정을 나가셨고, 다른 분은 부랑인도 인권이 있다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모의재판일 뿐이었지만 피해자 분들에게는 평범한 삶마저 누릴 수 없게 만든 가해자들의 언행을 되뇌는 고통이 수반되는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당시 시대 상황상 제대로 된 재판을 받지 못해서 잊어버리고 싶은 상처를 끊임없이 기억해야만 하는 피해자 분들의 모습을 보며 너무나 마음 아팠습니다.

재판과정이 끝나고 11명의 배심원단의 평의 후 판사님께서 판결주문을 낭독하였습니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해 피고인 박인권에게 무기징역을 피고인 전두환에게 징역 226월을 각각 선고한다."

법적 효력이 있는 재판은 아니지만 형제복지원사건의 피해자 분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사회적 관심을 끌어 사건이 무관심에서 벗어나 진상규명을 할 수 있도록 도우며, 국가의 역할과 의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 동천 10기 인턴 김보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