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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인권단체 지원 | 거리의 아이들을 위한 작은 별, B-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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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14-08-28 00:00 조회2,51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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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랑 놀고 싶을 때, 고민이 있을 때, 언제든지 오세요!”

8월의 첫 날 광나루 한강공원을 찾았다. 멀리서도 동화 속 어린왕자가 크게 그려진 버스 한 대가 보인다. 버스 쪽을 향해 좀 더 가까이 가보니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버스 주위에서 물총싸움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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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그만해.”

“아, 옷 다 젖었어!”

“야야, 어딜 도망가.”

아이들은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순진한 얼굴로 웃으며 뛰어다니고 있다. 자세히 보니 그 사이에는 파란 조끼를 입은 자원활동가들도 함께 웃으며 뛰고 있다. 고개를 돌려보니 버스 옆에 설치된 비디오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과 컵라면, 빵 등을 먹으며 허기를 달래는 아이들도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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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작년 12월 문을 열고 올해부터 활동을 시작한 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 ‘너를 위한 작은 별 B-612’ 다. 청소년 누구나 찾아와 쉬면서 간식도 먹고 어울려 놀기도 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작은 쉼터이자 놀이터다.

“IMF 사태 이후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방임되는 아이들이 늘면서 거리를 전전하는 아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그 때 대전에서 파출소를 개조해 거리 청소년들에게 간단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씻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던 것이 일시 쉼터의 시작으로 여겨집니다.”

B-612 김기남 소장의 말이다.

쉼터란 노숙인, 미혼모, 성폭력 피해여성, 가출청소년 등 어딘가 기대어 쉴 곳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쉼을 제공하는 곳을 말한다. 청소년 쉼터는 일시, 단기, 중장기 쉼터 등 머무는 기간에 따라 분류되고 각자 별도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김 소장이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 나갔다.

“2000년대 초반에 청소년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대전의 청소년 일시 쉼터 모델을 서울 지역에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많이 모이는 신촌 부근 등 번화가를 중심으로 일시 쉼터를 설치하고자 했지만, 서울은 지방과 달리 공간을 마련하기 쉽지 않았죠. 그에 대한 해답으로 제시된 것이 버스를 개조한 이동식 쉼터였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서울의 첫 청소년 이동쉼터 ‘여우별’이다. 2004년 38인승 버스를 개조해 만든 ‘여우별’ 이 활동한 지 10년이 흐른 지금, 청소년을 위한 또 하나의 별 ‘B-612’가 생겨났다. B-612는 널리 알려진 소설 ‘어린왕자’에서 어린왕자가 온 고향별의 이름이다. 올해부터 ‘여우별’은 강북지역을, B-612는 강남 지역을 돌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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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인승 버스 안쪽에는 또 다른 여러 명의 아이들이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쉼터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심각한 분위기가 아닌 또래들끼리 웃고 떠드는 듯 밝은 분위기다. 버스 한편에는 여러 가지 보드게임과 만화책, 간식 등이 놓여 있고, 다른 한 편에는 이곳을 방문했던 아이들의 소감이 적힌 별모양의 메모들과 아이들의 꿈이 담긴 엽서들이 장식되어 있다.

“여기 오면 뭐가 좋아요?”

B-612의 단골손님이라는 김지혜(가명․15) 양에게 물었다. 빨간머리를 한 앳된 얼굴의 김 양은 그냥 “이곳이 편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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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 팀장은 “외국의 이동 쉼터는 주로 거리생활에 찌들어 마약중독이나 에이즈 등의 위험에 빠진 청소년들을 치료하는 형태로 운영되지만, 그런 모델은 우리 현실과 맞지 않다”며, “우리나라에서 가출청소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담센터나 기관은 대부분 시 외곽에 위치해 있어 아이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거리 청소년들에게는 쉼터가 자신들과 상관없는 감옥 같은 곳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고 얘기했다.

이런 어려움들을 해결하기 위해 B-612는 청소년들이 편하게 여기고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B-612 버스의 문은 항상 열려있고 청소년들이 주로 활동하는 거리에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다. 이 곳을 방문하는 아이들은 우리가 흔히 보는 평범한 청소년들부터 위기 청소년들까지 매우 다양하다. 7개월 남짓의 짧은 기간밖에 활동하지 않았지만 B-612를 방문했던 아이들은 자신이나 친구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이곳으로 연락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보통 가출청소년이라고 하면 하나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그 아이들은 여러 부류로 나뉩니다. 엄마와 싸워서 잠깐 집을 나온 아이들도 있고, 가정 내에 보호자가 없는 방임형 청소년, 또 거리생활에 찌들대로 찌든 심각한 문제를 가진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아이들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모두 다릅니다. 그 아이들에게 때에 맞는 지원을 해주지 못한다면 아이들은 피씨방에 앉아 자신을 재워줄 사람을 찾아 조건 만남을 하거나, 가출팸(가출패밀리)의 일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 소장은 위기 청소년들 각자의 특성에 맞는 시의 적절한 맞춤 서비스에 대해 강조했다. 일회성 조건 만남 등의 성매매를 통해 돈을 벌거나 퍽치기, 자판기 털기 등의 경험을 한 아이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더라도 그 행동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쉽게 돈을 버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예전에는 어른들이 가출한 청소년에게 성매매 등을 강요하고 착취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 들어서는 같은 청소년들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거리에서 범죄를 학습하는 셈이다. B-612는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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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완전히 저물어 어두워졌을 때, 한 명의 상담사와 두 명의 자원활동가와 조를 이뤄 아웃리치(Outreach)를 나갔다. 주변의 청소년들과 일반인들에게 B-612를 소개하고 알리는 활동이다. B-612를 소개하는 작은 명함을 들고 한강공원을 돌았다. 명함에는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작은 비타민이 달려 있었다.

B-612의 이건 상담사는 “B-612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거리에서 아이들을 발굴해내는 것"이라며 지속적인 관계 맺기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했다.

“가출한 아이들은 절대 자신들의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아요. 하지만 관계를 맺고 알아가다 보면 서서히 자신이 가진 문제를 드러내죠. 아이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우리의 역할을 알려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아웃리치를 마치고 다시 버스로 돌아가는 길에 다섯 명의 아이들을 만났다.

“안녕, 너네 몇 학년이야?”

“고2요.”

“여기는 뭐하러 왔어?”

“그냥 놀러 왔어요.”

“그래, 재밌게 놀고 심심하면 저 쪽 버스로 놀러와!”

술과 과자가 담긴 비닐봉지를 든 아이들과의 짧은 대화였다. 활동가들도 아이들도 모두 스스럼이 없다.

B-612는 이 날을 포함해 4일간 한강공원 아웃리치를 진행 중이었다. 여의도, 반포, 잠실, 광나루 지구까지 4일에 걸쳐 4개 한강공원을 돌았다. 마지막 날인 8월1일은 심야활동으로 새벽 2시까지 심야 영화관 등을 운영하며 청소년들을 만난다고 했다. 평소 B-612는 화요일 서울 강동지역의 거여동과 마천동, 수요일 신림동, 목요일은 재개발이 늦어지면서 슬럼화가 되고 있다는 신정네거리 지역, 금요일은 천호동 로데오거리, 토요일은 방임 아동이 많은 거여동의 임대아파트촌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간혹 타 지역을 방문하느라 정해진 요일에 매번 가던 지역을 방문을 하지 못하면 그 지역 청소년들이 다산콜센터 등을 통해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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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에는 2대의 이동쉼터가 추가될 계획이다. 새로운 이동쉼터는 더 좁은 골목이나 주차가 어려운 지역까지 찾아갈 수 있도록 25인승 버스를 개조하여 만들어질 예정이다.

B-612는 보통의 평범한 청소년들에게는 휴게 공간을 제공하고, 진로나 성적 등의 고민이 있는 아이들은 지역의 청소년수련관이나 진로지도센터 등과 연결해 준다. 학교폭력이나 가정폭력 등 심각한 문제가 있는 아이들의 경우 그에 맞는 지원을 해주기 위해 방법을 찾는다.

때로는 학교 내에서의 폭력, 가정 안에서의 폭력 등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사회적인 연대를 확대해 그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에서 설립한 재단법인 동천과 협력하고 있는 것도 법률적인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전문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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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B-612를 방문해 법률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재단법인 동천의 김차연 변호사는 “스스로 법률지원을 요청하는 청소년들이 많지 않지만, 법의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다”며, “향후 아이들이 자신의 권리와 책임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헌법교육이나 노동법 등의 법률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기남 소장은 “일시 쉼터를 전전하며 일명 ‘쉼돌이’, ‘쉼순이’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을 지적하면서, 이동쉼터의 방향성에 대해 제시했다.

“각 쉼터들이 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일시 쉼터와 단기, 중장기 쉼터로 연결되는 톱니바퀴가 다시 제대로 돌아갈 때까지 저희 B-612같은 이동쉼터들이 각 기관을 연결하는 다리의 역할을 더 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재단법인 동천은 청소년이동쉼터 b-612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청소년들을 위한 상담 및 법률교육, 활동가를 위한 법률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재단법인 동천 남준일 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