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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ㆍ청소년 |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 '청소년과 주거권의 만남'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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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1 작성일20-02-24 16:52 조회20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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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홈리스’라는 표현은 아직 생소하다. 홈리스하면 일반적으로 거리나 공공시설에서 주거하는 노숙인에 해당하는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홈리스의 정의는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주거불안정 또는 열악한 주거환경이라는 상황에 초점을 맞춘 더 큰 범위의 개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는 많은 청소년 홈리스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집을 나와 피씨방, 친구의 집, 고시원, 찜질방, 쉼터와 같은 임시 거처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청소년들 숫자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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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을 나온 ‘가출’ 청소년은 흔히 비행청소년 또는 불량청소년으로 낙인찍히기 쉽다. 하지만 청소년이 ‘집을 나오는’ 이유는 다양하다.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분위기, 숨이 막힐 것 같은 통제, 가정폭력이나 학대를 피해서 나오는 이들에게 가출은 사실상 살기 위한 탈출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청소년이 ‘탈가정’하는 이유는 불편하고 위험하지만 집 밖의 삶이 집 안의 삶보다 오히려 낫다고 판단한 결과일 수 있다. 유엔인권이사회를 비롯한 인권옹호단체에서 “가출과 같은 생존행위를 비범죄화하고, 거리에 있는 아동이 생존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강제로 검거하거나 범죄자나 비행소년처럼 취급하지 않아야 한다”는 권고(UN Human Rights Council, Report of 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Summary of the full-day meeting on the rights of the child: A/HRC/19/35)를 하는 배경이다.

 그런데 한국의 현행법은 탈가정 청소년들의 ‘상황’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이들의 탈가정 ‘사유’가 무엇인지에만 집중한다. 그 사유가 입증 가능하고 ‘정당’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요보호아동으로 구분되어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복지시설(ex. 보육원)에 갈 수 있고, 탈가정 사유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 소년법상 우범성이 있는 소년으로 보고 보호사건 심리대상이 되며, ‘가정으로의 복귀’가 존립의 목적인 청소년쉼터 또는 그 외 임시보호시설로 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아동복지시설에 입소한 경우에는 원가정과 무관하게 보호를 받고 이후 자립지원까지 받을 수 있으나, 청소년쉼터나 그 외 불안정한 주거 환경에서 지내는 이들에게는 원가정과 분리된 지원이나 이후 성인기에 자립을 위해 필요한 지원에서 배제된다.

 아동복지시설에 간다고 해서 모두가 만족하는 상황도 아니다. 우리 사회의 ‘시설’ 중심의 복지정책은 아동복지시설이든, 청소년쉼터이든 비용절감과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다수의 수용인원을 여러 규율하에 통제하고자 한다. 더 이상 눈치 보며 살고 싶지 않아서, 원가정이 참을 수 없어 탈출한 이들에게 시설은 대안이 아닐 수 있다. 이러한 탈가정 청소년의 주거에 대한 권리를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청소년주거권 네트워크’를 형성하였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시설 중심의 탈가정 청소년의 주거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실제 청소년들이 살고 싶은 주거가 갖춰야 할 요소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있다. 지난 2월 11일, 작년 한해 동안 함께 검토한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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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경우 “Homeless Youth” 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주거 불안정 상황에 처한 청소년에 대한 주거지원 정책이 예전부터 논의되어 왔다. 그리고 여기서의 주거지원은 우리나라와 같이 “시설”에 국한되지 않고 그룹홈, 위탁가정, 그 외에도 독립된 주거공간을 지원하는 방식까지 열어놓고 있다. 유럽의 경우 청소년 홈리스를 위한 주거우선 정책(Housing First for Youth:HF4Y)을 실행해왔고, 캐나다 역시 유럽의 사례를 기반으로 탈가정 청소년에게 독립된 주거를 지원하는 논의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미국의 경우 “Supervised apartment living”이라는 주거지를 청소년에게 제공하고 슈퍼바이저가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생활에 필요한 상담과 지원을 하면서 독립생활을 영위하며 자립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어떻게 미성년인 청소년이 성년인 ‘보호자’ 없이 혼자 살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성인인 보호자와 반드시 같은 주거에서 살아야만 제대로 된 ‘보호’를 받는 것은 아니다. 만 18세가 넘어 시설에서 퇴소해야만 하는 이들도 자립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개별 청소년의 연령과 돌봄이 필요한 정도,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능력 등에 따라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편적 주택을 지원하고, 쉽게 접근 가능한 인근에 삶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조력자 내지 후견인이 있는 것이 자립 생활로 순조롭게 이행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러한 측면에서 장애인 탈시설 운동과 자립생활주택이나 지원주택모델은 청소년 주거권 운동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아직까지 ‘시설’ 또는 ‘원가정 복귀’라는 선택지밖에 존재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는 청소년의 주거에 대한 권리와 관련한 담론이 부재한 상황이다. 노숙의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에게 개별적인 상황과 선호에 부합하는 주거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가 보장될 수 있도록, 청소년의 목소리와 자기 결정권이 존중받을 수 있는 청소년 주거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재단법인 동천 권영실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