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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ㆍ청소년 | [현장스케치] 배드파더스 국민참여재판 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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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1 작성일20-01-17 23:09 조회13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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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4, 웹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 관계자에 대한 재판이 있었습니다. ’배드파더스’(Bad Fathers)는 이혼 후 자녀들에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전 배우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로, 재판은 이 사이트 운영과 관련된 활동을 한 관계자가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기소를 당해 열리게 되었습니다. 동천의 정순문, 정제형, 송시현 변호사는 위 피고인의 변호인단으로서 재판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재판은 국민이 배심원 또는 예비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국민 참여 재판으로 열렸습니다. 또한 공개로 진행되어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방청할 수 있었습니다. 비공개로 진행된 배심원 선정 뒤 재판 과정을 참관하기 위해 재판정 앞에 많은 분들이 아침 일찍부터 기다리셨고 입장 후에도 자리가 모자라 서서 들으시는 분들도 있으실 정도로 관심이 뜨거운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배심원 선정 이후 재판 첫 순서로 검사가 공소사실에 대한 모두진술을 하였고, 다음으로 정순문 변호사가 피고인의 입장에서 모두진술을 진행하였습니다. 법적 용어와 지식이 생소한 배심원들에게 피고인의 입장을 전달해야 했으므로 정순문 변호사는 피고인이 배드파더스를 운영하게 된 계기와 변호인의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차근차근 일목요연하게 짚어 나갔습니다. 우선 피고인은 We Love Kopino라는 코피노(필리핀 여성과 한국인 남성 사이에 태어난 아이) 아버지 찾아주기 및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 운동을 해오던 활동가로, 국내에도 양육비 미지급으로 피해를 입는 아동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 실태를 알리고자 배드 파더스사이트를 운영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설명하였습니다

 

이에 이어, 제보 받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사이트 운영진에게 전달하였다는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사안의 본질이 아동의 생존과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자의 명예가 대결하는 구도이고 한 쪽의 중대한 공익적 가치가 비할 수 없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음을 고려하여 피고인을 기소한 것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며, 피고인이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신상을 올린 행동은 명백히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비방할 목적이 부정되고, 미지급율이 80프로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효과를 가지는 다른 수단을 찾기 어려웠으므로 정당행위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만일 이 주장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양형이 구형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가 공익적 목적으로 행해진 것이 분명하므로 이는 처벌 과정에서 참작 사유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역설하였습니다.

 

 

오전 일정을 마치고 점심식사 및 휴식을 위한 휴정 이후에 증인 신문이 이루어졌습니다. 재판에 소환된 증인은 총 3명으로, 검사 측 증인 1명 그리고 변호사 측 증인 2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검사 측 증인 신문은 비공개로 진행되어 방청이 불가했고 이후 변호사 측 증인 2명을 신문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 측 증인들은 모두 전 배우자의 양육비 미지급으로 어려움을 겪은 당사자였고, 신문 과정에서 증인들이 배드파더스를 어떻게 이용하게 되었는지를 직접 들으며 그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이 전해지자 재판정이 숙연해지고 방청석에서도 많은 분들이 눈물을 보였습니다.

 

 

 

증인 신문 이후에는 정제형 변호사의 증거조사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정제형 변호사는 피고인이 왜 무죄인지를 보다 확실히 납득할 수 있도록 잘 정돈된 증거자료를 배심원들에게 설명하였습니다. 이후 피고인신문과 최후변론 등의 절차들을 모두 마친 후, 마침내 새벽 1240분경 재판부의 판결이 나왔고 피고인들에게는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재판부가 판결을 선고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배드 파더스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하며 대한민국의 양육비 미지급 실태와 그 심각성에 대해서 인지하고,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재판장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증인으로 출석했던 전 배우자의 양육비 미지급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 분의 말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맴돌았습니다. 증인은 증인석에서 마지막으로 양육비는 비용 측면이 아닌 아이가 겪는 정서적 아픔까지 고려한 문제임을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왜 배드파더스가 생길 수밖에 없었는지, 왜 이혼한 양육자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겪는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내 아이에게 아픔을 주고 싶은 부모는 없습니다. 저는 법의 무능함에 좌절하였습니다. 법은 정의로운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반드시 개인들이 악용하지 않고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라는 말을 남겼고 이 호소가 제 마음 깊이 남았습니다.

 

 

많은 사회적 사건들이 사법부의 판단으로 귀결되고, 법조계의 권위와 위상 그리고 법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가 특히 강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법은 정말로 정의로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정의는 약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 그리고 그들의 절박함을 헤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법은 그들의 편에서 기능해야 합니다. 이번 배드파더스 재판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심리적으로 경제적으로 겪을 고통 그리고 홀로 양육하는 모와 부의 어려움이 사이트에 공개된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명예보다 더 중점을 두고 보아야 할 가치로 판결 난 것처럼 말입니다. 더불어, 재판 다음날 배드파더스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것을 보고 하나의 판결이 사회적 논의와 인식에 얼마나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는지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이 재판의 승소를 계기로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이 더 활발히 목소리 내어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실질의 변화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이러한 변화는 희망이 되어 또 다른 변화의 씨앗이 될 것입니다.

 

 

 

재단법인 동천

 

김 신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