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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ㆍ청소년 | 복잡한 미혼부의 출생신고 - 30개월만에 출생신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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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1 작성일18-08-31 08:56 조회4,33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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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고도 까다로운 미혼부의 출생신고

- 30개월 만에 비로소 준이의 출생신고를 완료하였습니다.

 

출생신고는 아동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공적으로 증명하는 매우 중요한 절차입니다. 나아가 교육, 보건의료, 사회보장 등 공적서비스와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출생신고는 아동권리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현재 여러 가지 사유로 출생신고를 하기 어려운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미혼부에 의한 출생신고입니다.

법적으로 혼인하지 않은 관계에서 태어난 아동의 경우, 친모가 출생신고 의무자가 되고 친부는 인지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미혼부가 모의 인적사항을 모르는 경우 법률상·사실상 출생신고가 아예 불가능했습니다. 일명 사랑이법2015. 5. 18. 도입되어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미혼부가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하여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

그러나 실제로는 위 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되어 여전히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하기 까다로운 경우가 많이 존재합니다. 미혼부가 친모의 인적사항을 일부라도 알고 있고 경우에는 위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여 미혼부의 청구를 기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발급한 출생증명서만을 가지도 있더라도, 증명서에 기재된 친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있다는 이유로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를 여전히 할 수 없습니다.

얼마 전 이와 같은 사유로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여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고 어린이집에도 보내지 못하는 26개월 준이’(가명)와 미혼부의 이야기가 보도된 바 있습니다(8개월 아기 데리고 웨이터 일도... 어느 미혼부이야기, 베이비뉴스). 준이가 태어날 당시 병원에서 발급한 출생증명서에 모에 대한 인적사항이 일부 있지만, 태어난 직후부터 친모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준이 아빠는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친모를 수소문 해보고, 유전자 검사도 받았지만 여전히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습니다. 보도를 통해 소식을 접한 재단법인 동천은 당사자와 이들을 돕고 있는 러브더월드라는 단체를 만나 법률지원을 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해당 지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협조를 요청하여 출생증명서에 나와 있는 모의 주소 관할 주민센터에 공문을 보내 신분조회를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주민센터에서는 성명과 주소지가 불일치하여 신분조회가 불가능하다고 회신하였습니다. 이에 모의 행방을 밝히기 위해 경찰에 연락하여 수사의뢰를 하였습니다. 출생신고는 아동의 권리이자 국가 및 부모의 의무이기 때문에 출생신고를 해야 할 의무자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아동복지법상 방임행위로써 아동학대범죄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인천지방법원 2015고단653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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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동시에 사랑이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위 사안과 같이 모의 이름과 출산 당시 주소는 알더라도 나머지 인적사항을 몰라서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에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로 가정법원에 친생자 출생신고 확인신청을 하였습니다.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입법취지가 동조 제1항에 따라 부가 자녀의 출생 즉시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하지 못하여 아동의 권리가 부당하게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본 사례도 입법자가 예정한 취지에 부합한다는 점을 주장하였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동일한 문제의식을 가진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이 이미 발의되어 있습니다. 현행 사랑이법으로는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 전부를 알 수 없는 경우에만 미혼부의 출생신고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의 전부 또는 일부를 알 수 없는 경우에도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부가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할 수 있도록 문언을 개정하는 법률안입니다.

개정법률안에 대해 법제사법위원회는 해당 조항이 모의 성명이나 등록기준지 또는 주민등록번호 어느 것에 의하더라도 그 인적사항을 특정할 수 없는 경우를 의미하며, 모의 인적사항 일부만을 알 수 없어 모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도 현재 가정법원에서 확인을 해주고 있어서 실익이 없다는 검토의견을 냈습니다. , 의료기관에서 발급한 출생증명서가 있는 경우에는 친모를 특정할 수 있으므로 제57조 제2항에 의해서는 출생신고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준이의 사례처럼 의료기관에서 발급한 출생증명서가 존재하더라도 모의 행방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수사기관에 의뢰하여 친모의 인적사항을 확인받거나 법원의 사실조회를 통해서만 필요한 모의 정보를 파악해야만 부가 친생자 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수사에 착수하지 않거나 수사해도 찾기 어려운 경우, 의료기관이 사실조회에 응하지 않는 경우 등 친모의 인적사항이 언제 확인이 가능할지 불분명한 경우가 존재합니다. 그 기간 동안 아동은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채 기약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준이의 경우에는 법원의 결정이 나오기 전에 수사기관에서 친모를 찾았고, 동천과 연락하는 것도 거부하지 않으셨습니다. 친모는 당연히 친부가 출생신고를 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자취를 감췄던 상황이었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친모는 출생신고를 조력하기로 동의하였고, 태어난 지 30개월 만에 비로소 준이의 출생신고가 완료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8. 8. 30. 법원에서는 친생자 출생신고 확인신청에 대해 기각하는 결정을 했습니다. 사실조회를 통해 산부인과에서 친모에 대한 인적사항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사랑이법을 통해서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는 기존의 태도를 유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사랑이법을 도입한 개정취지와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부자관계를 입증한 미혼부의 경우에는 이러한 법원의 사실조회 또는 수사절차 등을 거치지 않고서도 곧바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까다로운 절차로 인해 장기간 어려움을 겪는 미혼부와 아동의 사례가 더 이상은 발생하지 않길 바랍니다

 

동천 권영실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