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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ㆍ청소년 | 여성분과위 세미나 ‘미투 시대의 대중적 상식과 사법적 지식의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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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1 작성일18-06-19 13:25 조회3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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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부터 미투(Me Too)’ 운동이 한국 사회를 휩쓸자 이를 지지하는 목소리와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 등 다양한 시각이 존재해 왔습니다. 정치계, 예술계, 연예계 등 사회 곳곳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성범죄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과 법적 태도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를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를 배경으로 지난 5 29, 법무법인 태평양 공익활동위원회 여성청소년분과위는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나임윤경 교수를 모시고 미투 시대의 대중적 상식과 사법적 지식의 간극이라는 주제로 내부 세미나를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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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2012년에 개봉한 건축학개론의 한 장면을 보겠습니다.

승민은 짝사랑하는 서연을 집 근처에서 기다리다가 술에 만취한 채 학교 선배의 부축을 받아 귀가하는 그녀를 발견한다. 선배는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서연을 잠시 담벼락에 기대어 놓고 키스를 시도하지만 서연은 거부한다. 이윽고 선배가 서연을 부축해 집으로 들어가고 방안의 불이 꺼지자 승민은 현관문에 귀를 대본다.

나임윤경 교수는 일상적 폭력의 모호성을 보여주기 위해 이 장면을 인용했습니다. 아마 이 영화를 본 대다수의 사람들은 슬프기도 하고 화도 나는 승민의 심정을 이해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후 승민의 태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승민은 선배와 관계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서연을 자신이 아닌 선배를 택했다는 이유로 차갑게 대하며 비난합니다. 선배의 키스를 몇 번이고 거부하던 서연의 모습은 승민의 기억에 없습니다. ‘타의에 의한 성관계가 자의로 전환되고, ‘폭력사랑으로 포장된 것입니다.

실제로 성희롱, 성폭력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넓은 해석의 스펙트럼(=모호성)을 가진다고 합니다. 성범죄의 높은 비율이 지인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피해자 본인도 지인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어떻게든 이유를 찾게 되고 주변인들과의 관계상 폭로도 쉽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합리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입니다. 영화 속 서연도 선배가 나를 좋아하는 마음에 그런 걸 거야’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내 잘못도 있겠지’ ‘주위에 말해봤자 관계만 서먹해질 거야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이 장면은 성범죄 피해자를 대하는 사회의 태도를 잘 보여줍니다. 아마도 한국에서 피해자 중심주의가 문화적으로 전혀 수용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은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다음은 강연 중 나임윤경 교수가 언급한 피해자 중심주의와 관련한 몇 가지 문제점입니다.

첫째,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편적 불신이 존재합니다. 많은 경우 사회는 본인도 즐긴 거 아냐?’ 혹은 거짓말 아냐?’와 같이 우선은 피해자의 말을 부정하는 식으로 반응해 왔습니다. 단지 이 불신을 불식시키고자 피해자들이 원치 않는 신상공개에 내몰려서는 안 됩니다.

둘째, 범죄자의 성별에 따른 차별이 존재합니다. 지난 수십 년간 몰카 범인이 포토라인에 선 적은 없었던 반면, 최근 홍대 몰카 사건의 범인인 여성은 기자들 앞에 서야 했습니다. 피해자일 때도 가해자일 때도 부각되는 여성성은 성별을 대하는 사회적 태도를 왜곡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피해자의 시간성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피해자의 시간은 가해자와 완전히 다르게 흐른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피해자는 몇 십 년 전의 일도 어제처럼 생생히 기억할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해석의 스펙트럼 측면에서 보았을 때 피해자 본인이 성범죄를 인식하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오래 전 일을 끄집어낸다는 식의 비난은 적절치 못합니다.

끝으로 정황적 증거해석의 남성중심성, 위계(位階)에서의 합의 불가능성, 성범죄 공소시효의 불가능성(지체된 인지, 관계적 자아, 성범죄 모호성) 등 일상적 성폭력과 법적 개념의 부조화를 살펴봄으로써 강연을 마쳤습니다.

미투 운동을 계기로 피해자 중심주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기를, 그리고 앞으로 성범죄의 특성을 더 고려한 법률과 사법적 판단이 많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봅니다.

17 PA 금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