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지난 11월 15일,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 보고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장애인단체, 인권변호사, 법학자 등 장애인 인권 전문가 8명이 선정위원으로 참여하여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선고된 장애관련판결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하였으며, 디딤돌 판결 7건, 걸림돌 판결 4건, 주목할 판결 2건이 선정되었습니다.

  또한 올해는 ‘지적 장애인의 의사능력’과 ‘장애인 거주시설 내 인권침해 사건의 양형사유’ 두 가지 주제로 ‘테마 판결’이 추가로 선정되었습니다.

2. 장애인 인권 디딤돌 판결 

  7건의 디딤돌 판결 중 2건의 사례는 채용 과정에서의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정당한 편의제공과 관련된 판결이었습니다.

  첫 번째 사례는 면접과정에서 청각장애인에게 제공되어야 할 정당한 편의의 내용과, 이러한 정당한 편의는 요구되지 않았다 하여도 당연히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였고, 문제가 된 행위에 대하여 차별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할 책임이 차별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주장한 측에 있다고 판시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6조, 제47조의 해석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디딤돌 판결로 선정되었습니다.

  두 번째 사례 또한 채용 과정에서의 정당한 편의 제공과 연관된 사례로서,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 측에서 장애의 종류와 정도를 인지하고 있었다면 편의제공 의무가 발생한다고 판시하였고, 편의 제공의 정도는 장애가 있는 당사자에게 비장애인과 동등한 기회를 보장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하기에 당사자가 요청한 편의를 허락한 것만으로는 정당한 편의 제공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이 판결은 채용 시험에서의 정당한 편의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한 첫 번째 판결이라는 의미를 가져 디딤돌 판결로 선정되었습니다.  

  이외에도 디딤돌 판결에는 경계선 지적장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한 판결,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정도의 장애가 있음에도 틱장애가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지 않음을 이유로 내려진 장애인등록신청반려처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한 판결 등이 있었습니다.

3. 장애인 인권 걸림돌 판결  

  4건의 장애인 인권 걸림돌 판결 중,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된 저상버스 관련 사건은 현재 항소심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2층 광역버스를 운행하는 교통사업자는 휠체어 전용공간 확보의무를 피하기 위하여 해당 버스가 저상버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고,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또한 휠체어 전용공간 확보의무가 인정된다 하여도 이 사건 버스에서 휠체어 방향전환을 위한 공간 확보가 교통약자를 위한 유일한 편의제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법원은 피고가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에 의한 차별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으로서의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판단이 신중하게 이뤄지지 못한 점에서 장애인 인권 분야의 걸림돌이 되는 판결로 선정되었습니다.         

  이외에도 걸림돌 판결에는 장애인 거주시설 종사자의 물리력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피고의 주장을 인정하여 시설 종사자의 물리력 행사에 대한 재량을 인정하였다고 볼 우려가 있는 판결 등이 선정되었습니다.

4. 마무리하며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 보고회 현장은 장애인 인권과 관련한 다양한 쟁점을 듣고 배울 수 있었던 뜻 깊은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개인의 특성에서 장애라는 이름으로 규정된 요소가 사회적인 활동 영역에서의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고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판결의 내용이 기존의 절차와 기준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사례를 보며, 장애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디딤돌의 역할을 판결이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16기 PA 채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