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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ㆍ청소년 | [현장스케치] '성폭력 피해 배상을 위한 민사소송의 전망'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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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16-09-27 16:48 조회3,34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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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 '성폭력 피해 배상을 위한 민사소송의 전망' 세미나



Ⅰ.   들어가며


      2016년 9월 20일,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성폭력 피해 배상을 위한 민사소송의 전망>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려 동천의 백민 변호사, 오주현 인턴, 이근옥 인턴이 참석하였습니다. 한일 양국의 성폭력관련법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피해자에 대한 배상’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본 시간이었습니다.


 


Ⅱ.   발제


    1. 아동기에 입은 성폭력피해에 관한 손해배상과 시효 (마쯔모토 가쯔미 교수) : 아동기 성학대의 피해자는 장기간 정신질환 증상을 겪다, 50대가 넘어 자신의 피해사실을 상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때문에 불법행위가 발생한 뒤 일정기간이 지나(한국:10년, 일본:20년) 민사상 소멸시효가 경과했다면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요. 독일과 프랑스는 아동기 성학대 피해 배상문제를 해결하고자 ‘시효 개혁’을 한 바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아동기 성학대 범죄는 21살까지 시효가 정지되며 21살부터 30년간의 소멸시효가 일괄적으로 적용됩니다. 이러한 시효 개혁을 통해 피해자는 ‘자기 회복’을 하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더불어 장시간동안 가해자에 대해 책임을 청구 수 있게 됨으로써 가해행위 억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구시로 사건’이 승소하면서 아동기성학대에 관한 시효개혁 논의에 대한 전환점을 맞이하였습니다. ‘구시로 사건’은 3~8세 때의 성학대를 원인으로 36세에 이르러 PTSD와 우울증 등을 진단받은 피해여성이 가해자인 외삼촌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일본의 소멸시효는 불법행위로부터 20년까지인데,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성폭력 발생시점이 아닌 우울증 진단을 받았던 때를 소멸시효의 기산점이라고 판단하여 가해자에게 청구금액 4000만엔 중 3000만엔의 배상금을 명했습니다. 이 획기적인 판결 이후 일본에서는 아동기성학대를 이유로 한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때를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아동기성학대 이후 트라우마를 조기에 발견하고, 피해자의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집단이 연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2. 성폭력 2차 피해에 대한 국가손해배상소송과 피해자권리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 성폭력에 대한 2차 피해는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으로 피해자를 의심하고 비난하는 주변의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수사당국의 성폭력 2차 가해의 양상을 6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1) 피해자의 성경험 질문 및 사생활 침해(피해자의 인적사항 유출)  2) 최선의 조사 환경 구성 및 최소한의 조사 의무 위반  3) 신뢰관계인 동석 제도 불이행  4) 성폭력피해로 인한 임신에서 검사의 낙태지휘 거부로 인한 출산  5) 가해자 직접 대면에 따른 위법성 적용 범위 관련  6) 피해자가 동의한 상황에서의 2차 피해가 그것입니다.

      1)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피해사실과 관련 없는 이전의 성경험에 관한 질문을 하는 것은 피해자의 유책성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의도가 있으며 피해자의 수치심을 유발함으로써 피해신고를 어렵게 만드는 유인이 되므로 미국의 경우 엄격히 제한됩니다. 하지만 한국법원은 강간사건의 효과적인 조사를 위해 강간피해자의 '성력'도 파악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실제로 “처녀막이 터졌느냐?” 등의 말을 들은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하였지만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밀양 집단 성폭력사건에서는 피해자가 경찰에게 비공개수사 요청을 하였지만 경찰이 기자에게 과실로 수사 기록을 공개하였고,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기사로 유출되어 막대한 2차 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최초로 국가의 성폭력2차가해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2)의 경우, 성폭력으로 임신한 피해자를 휴식 없이 10시간을 조사하고 대질 신문을 한 사건에서 법원은 사안의 심각성 때문에 열 시간 동안의 조사는 어쩔 수 없다고 하며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검찰은 조두순 사건 피해아동의 장기가 외부로 탈출되고 심하게 훼손되어 대수술을 받은지 2주 만에 검찰청에서 피해사실을 진술하게 하였습니다. 이에 법원은 최선의 조사환경 구성 및 필요최소한의 조사 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을 인정하여 국가가 1300만원을 배상할 것을 판결하였습니다.

      3) 의 예로, 아동성폭력피해자의 어머니에게 "말을 하면 퇴실 조치를 내릴 것이며, 아이 손도 잡지 말고, 아이 뒤에서 조용히 앉아만 있으라" 라고 지시하여 법률에 신뢰관계인 동석 제도가 분명히 있음에도 어머니의 동석을 불허한 검사에 대해 법원은 2차 가해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4)는 결과적으로 국가의 2차 가해가 피해자의 죽음을 낳은 사건이었습니다. 재판부는 해당 성폭력이 강간인지 화간인지의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검사가 낙태지휘를 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였고, 피해자는 결국 출산을 할 수 밖에 없었으며 이후 자살하였습니다. 강간 피해가 입증되기 위해 법원의 선고까지 기다려야 한다면 피해자는 성폭력 사건발생으로부터 10개월 후 출산할 수 밖에 없으며, 따라서 검사의 낙태지휘거부는 피해자의 권리를 완전히 침해하는 조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5)는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에서 벌어졌습니다. 경찰은 피해자를 마흔 한명의 가해자와 대면하게 하여 누가 강간을 했고 누가 강제추행을 했는가를 구별해보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러한 경찰지시는 피해자에게 극심한 트라우마를 가져올 수 있어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에도 위배되는 것이지만, 1심에서 법원은 위 규칙이 경찰청 훈령이며, 대외적 효력이 없으므로 국가의 배상의무가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이에 국민들은 판결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며 판결결과에 공분하였고, 다행히 2심과 대법원에서 직무규칙도 법령의 효력을 가진다고 판단하여 국가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6)의 예로, 검사가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에게 차 안에서 발생한 성폭력을 직접 재현해보라고 지시한 사건이 있습니다. 검사는 현장검증이라는 구실로 피해자의 동의를 강제했으며, 성폭력 사건을 재현하며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언어폭력을 행사하였으나 이 사건에서의 국가책임도 기각됐습니다.


      국가책임을 인정한 판례에서도 손해배상액은 원고 청구액에 비해 지극히 낮게 책정되었는데요, 다음 발제에서 손해배상액 등 민사소송과 관련한 논의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3. 성폭력 피해보상을 위한 민사소송의 쟁점 (이명숙 변호사) : 성폭력 관련법의 형사법적 보완은 활발히 진행되었지만, 민사상 배상제도는 여전히 허술하여 성폭력피해자의 2차 피해가 발생하는 원인이 됩니다. 우선 형사사건의 유죄판결이 난 이후에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결과적으로 소송이 장기화되고, 피해자의 고통이 심화되는 점이 문제가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을 동시에 제기하면 소송기간이 단축되고, 증거를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배상액과 관련한 여러 이슈가 있는데, 우선 한국의 성폭력 사건 위자료는 최대 3000만 원 정도이며 위자료 역시 1억 원 상한을 유지하고 있어 경제규모를 고려한다면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낮은 수준입니다. 또한 가해자가 무일푼인 경우가 많아 직접 손해배상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국가가 범죄피해자지원예산을 책정하여 피해자에 대한 지원금을 확보해야 하지만, 이 역시 범죄가해자에게 지출되는 3조원의 1/30도 안 되는 867억 원에 불과합니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유발하는 수사당국, 언론기관, 의료기관, 교육기관 등에 대한 민사소송이 활발하지 않아 피해자의 권리가 성폭력 발생 이후 계속적으로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2차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아직 몇몇 기획 소송 시도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첫 번째 발제에서 얘기되었던 민사상 소멸시효 역시 개정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는 아동·장애인 성폭력의 형사상 공소시효가 폐지된 것과 대비됩니다. 일본 ‘구시로 사건’의 경우 우울증 진단을 받은 이후부터 소멸시효가 기산되는데, 한국 법원은 일반적으로 성폭력사건 이후의 정신질환 진단을 성폭력으로 인한 상해로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성폭력사건을 대하는 사법당국의 전면적인 변화가 요청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일본 성폭력관련법 개정 논의의 쟁점 (요시다 요코 교수, 변호사) : 일본은 2014년부터 강간죄 규정 개정을 위한 심의를 하였고, 2017년 개정법이 발의되어 무려 110년만의 성범죄규정 개정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종래에는 강간죄의 객체를 여자로 한정하고, 질성교만 처벌하였으며, 피해자가 13세 이상인 경우 항거불능에 이를 정도의 폭력·협박이 있어야 강간으로 인정되었고 성범죄는 친고죄로 규정되었습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강간죄의 객체가 ‘사람’으로 확대되고, 질성교 이외의 성교 행위도 강간으로 인정되며, 18세 미만자를 보호감독한 자의 단순추행행위도 처벌 대상이 되며, 성범죄가 비친고죄로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성인간의 강간은 여전히 항거불능에 이를 정도의 폭력과 협박이 있어야 인정되며, 부부의 관계가 파탄되지 않았다면 배우자간 강간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일본 사법부는 성교동의능력인 ‘13세’를 '16세'로 인상하라는 요구와 아동성범죄에 관해 공소시효를 폐지하라는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위 발제를 통해 강간죄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쟁점이 굉장히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강간죄 규정을 개정할 때,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에 폭행·협박 요건이 빠진다면 ‘사랑’을 강간으로 오인하고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는 변호사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는 한국의 ‘연예기획사 대표에 의한 청소녀 성폭력사건’에서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법원의 태도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입니다. 미성년자의제강간의 연령을 13세에서 16세로 상향하고, 강간죄의 요건에서 ‘항거불능’조항을 ‘위력’등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논의 역시 한국과 일본이 닮아있다고 느꼈습니다.


 

.   토론


   토론 1(김미랑 탁틴내일연구소 소장)에서는 아동성폭력에 대한 특성을 추가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아동청소년기의 성폭력 피해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오랜 기간 동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개 PTSD증상이 있을 때 조사를 받게 되고, 이 때 한 두 번의 진술 기회에서 모든 사건 정황을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너무나 힘이 드는 일입니다. 피해자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사건기억을 상실할 수도 있으며, 피해 경험을 온전히 말하기까지 100회 이상의 상담을 거친 후 15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성폭력피해자가 자기 회복을 거쳐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 주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독일과 프랑스처럼 아동기성학대의 시효정지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토론2(조중신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소장)에서는 성폭력피해 민사소송에서 내담자가 겪는 고충을 정리하였고, 현재 진행되는 기획소송 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윤간 피해의 장소를 제공하여 성폭력을 방조한 숙박업소에 대해 손해배상을 제기한 소송을 기획소송으로 진행 중이며, 준강간에 이용되는 술과 약물을 판매한 유흥업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기획소송도 계획 중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Ⅳ.   나가며


      한국성폭력상담소 개소 25주년을 맞아 개최된 이번 세미나를 통해아동성폭력의 시효정지 제도가 한국에서도 활발하게 논의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또한 그 동안 막연하게 문제라고만 생각했던 성폭력피해사건에 대한 국가의 2차 가해에 대한 민사소송이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음을 알게 되었고수사당국의 경각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러한 소송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더불어 성폭력 피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책정할 시 성폭력에 대한 편견을 제거하고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책정하여야 하며판결 금액을 피해자가 원만하게 수령할 수 있도록 사법당국과 정부의 관심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한국과 일본 양국의 사례를 통해 성폭력 피해에 관한 이해를 한 층 넓힐 수 있었던 시간을 마련해주신 한국성폭력상담소에게 감사드립니다




14기 인턴 이근옥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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