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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 [현장스케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부양의무자 기준과 사회적 기본권의 보장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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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16-06-27 16:32 조회3,20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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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들어가며
  지난 6월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부양의무자 기준과 사회적 기본권의 보장’을 주제로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이 토론회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이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적 부조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수급자보다 더 많은 상황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오랜 연구를 통해 기초생활보장법의 수급자 기준 중 하나인 ‘부양의무자 기준’이 현 상황의 원인으로 판단되어 이에 관한 의견을 공유하는 장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의 박성민 변호사님은 평등권에 근거하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검토하는 발제를 했습니다. 또한 강릉원주대학교의 김지혜 교수님,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박귀천 교수님, 서울사회복지공익센터 배진수 변호사님이 발제를 해주셨습니다. 이후 토론자로는 법무법인(유) 로고스의 한정애 변호사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김미곤 부원장님, 빈곤사회연대의 강동진 집행위원장님, 서울가정법원의 김형률 판사님,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 박재만 과장님,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정태호 교수님이 참여했습니다. 진행과 개회사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전수안 이사장님 그리고 양승조, 남인순 국회의원 또한 참여했습니다.


  Ⅱ. 부양의무자 기준의 위헌성
  1.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부양의무자 기준의 위헌성: 김지혜 교수
  가장 먼저 김지혜 교수는 기초법 상 수급자를 정하는 기준 중 하나인 ‘부양의무자 존재 여부’가 위헌이라는 주장을 개괄하는 발제를 했습니다. 발제에 따르면, 부양의무자 기준은 그 성질상 인간의 존엄성, 평등권, 사생활 보호와 관련된 기본권을 침해합니다. 이에 따라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되거나 제도적 보완(‘선지급 후징수’ 제도 등)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체적인 기본권 침해여부는 연이은 발제들을 통해 언급되는 관계로 아래에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의 성질에 관해 정리했습니다.
  발제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부양의무자 기준의 성질은 공적부양과 관련한 원칙인 ‘사적부양 우선의 원칙(보충성 원칙)’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해당 원칙은 수급자격의 또 다른 기준인 ‘소득인정액’을 가구단위로 판단하여 이미 지켜집니다. 사실상 부양의무자 기준이 의미하는 바는 ‘가족으로부터 받을 수도 있는 ‘잠재적’ 부양가능성을 뜻합니다. 수급신청자가 ‘실질적’으로 공적 부양이 필요한가를 판단하기 보다는 ‘부양을 받을 수도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부양의무자 기준의 성질입니다.
  하지만 잠재적 부양가능성을 이유로 수급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기초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기초법은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공적부조이기 때문에 그 대상자는 사실상 잠재적인 부양가능성을 실현하기 어렵습니다. 소송을 위한 경제적 여유가 없고, 대상자의 가족 또한 경제 형편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부양의무자 기준은 수급권자의 최저생활 보장이라는 기초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입니다.

  2.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하르츠Ⅳ 위헌결정에 따른 사회권 침해 위헌심사기준 및 그 의의: 박귀천 교수
  위에서 개괄한 기초법 상 위헌성을 둘러싼 논의에서 제기될 수 있는 의문은 ‘복지는 사법의 영역이 아닌, 정치나 입법의 영역이 아닌가’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두 번째 발제자인 박귀천 교수가 답을 했습니다. 발제에 따르면,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사회권 또한 사법의 영역에서 다룰 수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독일의 판결(1 BvL 1/09, 1 BvL 3/09, 1 BvL 4/09)에서는 “인간다운 최저생활의 보장에 관한 기본권이 사전에 정해둔 수량화된 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급부산정의 근거와 방법에 대해서는 이것이 기본권의 목적에 타당한 것인지 여부와 관련하여 그에 대한 통제가 요구된다” 고 하여 절차적 통제를 강조했습니다. 입법자의 재량을 인정하면서도 그에는 한계가 있음을 강조한 것입니다. 

  3. 평등권 침해를 중심으로 본 부양의무자기준의 위헌성: 박성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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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민 변호사는 부양의무자 기준의 위헌성을 평등권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습니다. 발제에 따르면, 차별이 존재하는 상황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가 위헌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이에 따라 부양의무자 기준을 검토해보면, 다르게 취급되는 사안들에 합리적 이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차별로 볼 수 있는 구체적인 사안들로는 “잠재적 부양가능성이 있는 집단과 잠재적 ‘근로소득’ 등의 가능성이 있는 집단”, “부양청구권을 행사하였을 때 ‘부양료가 낮게 인정’되는 집단과 ‘낮은 근로 소득’을 얻는 집단”, “’부양을 받을 수 없음’에 관한 증명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등의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들은 불확실한 행정기준과 법원 하급심에서의 판단으로 인해 수급여부에 관한 차별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4. 부양의무 거부∙기피의 개념적 불명확성과 과도한 증명책임 부담: 배진수 변호사
  부양의무자 기준의 또 다른 위헌성은 부양의무자 기준의 예외 조항에서 발생합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오래 전부터 문제가 되어 개정되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양의무자가 있는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수급자가 인정되는 조항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수급신청자가 부양능력 있는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을 받을 수 없음을 증명하면 수급자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배진수 변호사의 발제에 의하면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을 받을 수 없다’는 기준인 기초법 제8조의2 제2항 제7호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기피하거나 거부하는 경우’는 그 해석이 불명확합니다. 실무상 해당 조항에 대한 해석이 불명확한 탓에 수급신청자의 증명책임 범위가 임의적으로 확장되고 있어 위헌의 소지가 있는 것입니다.


  Ⅲ. 토론
  발제 이후에는 토론자들이 발제문을 토대로 하여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먼저 한정애 변호사는 일본 생활보호법을 소개하면서 앞서 소개된 ‘보충성의 원칙’ 자체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일본 생활보호법상에서 해석되고 통용되는 보충성의 원칙은 우리나라 부양의무자 기준과 같이 요건화 되어있지 않으며, 그 의미 또한 권고의 의미이지 의무의 의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일본 법제의 태도는 가족제도의 급변으로 공공 부조가 중시 되는 현 상황에도 불구하고 ‘부양을 보호의 결격사유로 취급’하는 우리 제도에 시사점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어진 토론자인 김미곤 부원장은 우리나라의 복지제도를 통합적으로 보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기초연금법에 의하면 빈곤노인에게는 기초법 상 수급권 외의 수급권이 존재하기 때문에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해당 제도와의 통합적인 고찰이 필요한 것입니다.
  강동진 집행위원장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순히 축소하거나 보완하는 것으로는 기초법상 사각지대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교육이나 노인빈곤 등의 개별 사례에서 수급권자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복지 사각지대 축소에 비효과적이고, 오히려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야 함을 행정부 스스로가 인정한 모양새라고 했습니다. 기초법의 취지가 IMF 이후 저성장과 지속적인 불안정 노동 속에서 ‘소득’을 기준으로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한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하는 토론이었습니다.
  김형률 판사는 앞서 논의된 부양의무자 기준과 부양료 청구 소송의 관계, 부양료구상방식에 대하여 재판 실무의 관점에서 논의했습니다. 부양의무자 기준에 따라 수급권이 인정되지 않은 경우, 부양료을 위해 수급신청자가 부양의무자에게 부양료 청구소송을 하도록 하는 것은 실무상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행정청의 ‘선지급 후징수’의 방식인 부양료구상의 경우 실질적으로 구상의 가능성이 낮고, 행정부가 해당 업무를 담당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박재만 과장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답변했습니다. 다만, 행정청이 사적 부양 우선의 원칙에 대해 재고하면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판단하기 위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전문위원회를 구성하여 사각지대를 줄여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태호 교수는 부양의무자 기준의 위헌성을 헌법재판소의 법리에 기대어 정리했습니다. 특히, 수급권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한다는 기초법의 목적을 고려한다면 ‘단계적으로’ 수급자의 범위를 확대한다는 의견은 위헌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더불어, 해당 법의 수급자 범위는 입법자가 섬세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하며 절차적 통제를 강조했습니다.
  위 토론자들의 논의에 따라 자유토론에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부정수급 문제를 막을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김지혜 교수님은 “이 주제는 정책의 ‘오류’를 정부가 부담할 것인가, 국민이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이며 기초법은 생존의 문제로서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부정수급은 세금 정산과정에서 모두 파악이 가능한 점도 강조되었습니다.
  청중으로 토론회에 참여했던 발언자는 “수급권을 권리가 아닌 시혜로 인식하여 행정 편의적으로만 기초법을 운영하려는 태도가 문제”라고 비판하며, “40만원 내의 적은 금액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이 금액을 제대로 지급할 방안을 절실히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Ⅳ. 나가며
  토론회에서 돌아와 이 글을 쓰면서 많은 부담을 느꼈습니다. 토론회에서 가장 많이 강조되었던 말들이 인간존엄과 최저생활이었기 때문입니다. 자칫 공허한 외침이 되기 쉬운 두 단어가 이 사회에서 계속해서 유의미한 것으로 남기 위해 토론회에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의 성질을 정의하고, 위헌성을 검토하고, 행정부와 시민사회의 대안들이 충돌했습니다. 이후에도 기초법의 취지를 이어가기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해 연구할 수 있도록 많은 자원과 관심이 모이길 바랍니다. 이 주제는 다시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은 인간존엄과 최저생활에 관한 의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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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기 인턴 김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