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제9회 난민법률지원 교육프로그램 ReLATE > 공익법률지원활동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활동

공익법률지원활동

동천은 법무법인(유한) 태평양과 협력하여 난민, 이주외국인, 사회적경제, 장애인, 북한/탈북민, 여성/청소년, 복지 등 7개 영역에서 사회적 약자가 인권침해 및 차별을 받는 경우와 공익인권 단체의 운영에 있어 법률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 공익소송 및 자문을 포함한 법률지원, 정책·법 제도 개선 및 연구, 입법지원 활동 등 체계적인 공익법률지원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난민 | [현장스케치] 제9회 난민법률지원 교육프로그램 ReLATE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16-04-18 16:35 조회3,176회

본문



   “난민? 그거 그냥 못 사는 사람들 아냐? 봉사 같은 거 하는 거야?”
   얼마 전 동천으로의 첫 출근을 자랑했던 필자가 접한 반응입니다. 2015년 한 해만 해도 6천 명에 가까운 수의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난민 신청을 했으나, 위와 같이 난민의 정의와 그들이 처한 기본적인 상황조차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인 것 또한 우리나라의 현 주소입니다. 이에 재단법인 동천은 난민 조력 인력 육성이라는 목적 하에 2010년 이후로 변호사, 난민 관련 단체, 로스쿨생 등을 대상으로 난민법률지원교육(Refugee Legal Aid Training and Empowerment, 이하 ‘ReLATE’)을 꾸준히 실시해왔습니다.

0시작리사이징.jpg

 

   올해 3월 19일에 이루어진 아홉 번째 ReLATE는 동천과 유엔난민기구가 공동 주최하였으며, 난민의 요건에 관한 설명부터 관련 실무에 대한 조언까지 총 일곱 가지의 강의로 이루어졌습니다. 난민에 대해, 그리고 그들을 지원하는 방법에 대해 관심 있는 독자 분들과 그 내용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 난민의 이야기 – Mohamed Ahmed Adam Ahmed

1교시리사이징.jpg

 

  강의의 시작은 Adam씨의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Adam씨는 남수단 출신 대한민국 난민 신청자입니다. 그는 강의를 통해 담담하지만 강렬한 어조로 난민 신청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공유했습니다. Adam씨는 수단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던 중, 그의 관심 분야와 정치성향이 반정부적이라고 판단한 국가정부의 교육탄압과 고문을 피해 한국으로 왔습니다. 한국에 발을 디뎠을 때, Adam씨는 난민 신청 자격에 대한 것도, 기본적인 대한민국의 상황이나 법률에 대한 것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그를 대하는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의 태도는 굉장히 적대적이어서, Adam씨는 언제 자신이 이 나라에서 쫓겨날지 모르는 심정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을 불안감 속에서 살던 그는 인터넷과 주변의 도움을 통해 난민 신청을 하게 되었고, 1심에서 승소했음에도 난민 자격을 얻지 못해 현재 난민 신청 항소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Adam씨는 자신이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고 했습니다. 비교적 영어를 잘 했고, 자신을 도와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어려움 속에서도 지금 상황까지 올 수 있었음을 토로했습니다. 그러나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은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해, 응당 가져야 할 인권을 보장받지 못합니다.
“누구나 난민이 될 수 있다”. Adam씨가 난민으로서의 생활을 경험한 뒤 거듭 강조했던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앞으로 한국에서 다른 난민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고, 더욱더 많은 법조인들이 힘을 보태기를 희망했습니다. 이와 같은 Adam씨의 이야기를 통해, 국내 난민 인권 상황을 알고 난민을 위한 법률 지원이 절실함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2. 난민의 요건과 처우 – 이호택 (사단법인 피난처)

2교시리사이징.jpg

 

  2교시 난민의 요건에 관해서는 ‘이호택 연사’님께서 난민의 요건에 대해 강연해주셨습니다. 난민에 관한 다양한 정의가 있으나, 국내 난민법이 정의하는 난민은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따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강의시간에는 해당 협약의 난민 요건(이하 ‘협약 난민’)을 검토하였습니다. 협약 난민의 요건은

 1)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2)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3)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4) 자신의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5)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 자 입니다. 

  즉, 1)의 이유에 따라 난민신청자가 자신이 속한 나라로부터 배제된 경우 난민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5가지 요건의 자세한 내용은 연사님께서 난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특히, 요건 3)의 ‘충분한(합리적) 근거 있는 공포(well-founded fear)’에 대한 해석에 대해 법무부와 국제 경향 간 입장차이가 드러나 인상적이었습니다. 해외 판례 경향에 따르면, ‘충분한 근거’는 개연성보다 완화된 기준이 적용되어 난민신청자는 민형사상 입증 정도보다 낮은 증명 책임을 가집니다. 그러나 법무부의 평가 기준은 일괄된 증명 책임을 부여하고 있지 않아 난민신청자가 난민인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2)의 ‘박해 우려’ 요건의 경우, 보통의 증명 과정이 ‘이미 일어난 일’을 대상으로 하는 데 비해 난민신청자가 ‘본국으로 귀환할 경우 박해를 받을 것인가’라는 미래의 가능성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난민사건의 어려움이 잘 드러났습니다.

 

   3. 난민 신청, 이의 신청 과정에서 법률조력 실무 – 김수진 (사단법인 피난처)

3교시리사이징.jpg

 

 

  김수진 연사님께서는 난민 신청 과정에서 필요한 실무지식을 강연해주셨습니다. 우선, 난민 신청과정에서 변호사의 필요성이 강조되었습니다. 난민 신청 절차에서 법무부가 확보한 진술자료가 난민소송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므로, 이 절차에 변호사가 개입하여 용이한 진술 및 증거자료를 확보한다면 난민 인정률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 의견서가 진술에 포함되어있다는 사실 또한 해당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더불어, 강연을 통해 행정 절차인 난민신청에서부터 재판절차인 난민불인정처분취소소송(이하 ‘난민소송’)까지 몇 가지 요령과 꼼꼼한 자료확인이 필수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행정소송 제소기간의 기산점이 어떻게 되는지, 난민 신청자의 지위(한국체류기간, 불법체류 여부)에 따라 법률이 어떻게 다르게 적용되는지부터 난민과 어떤 방법으로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원활히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지 까지 상세하게 그 요령과 주의사항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4. 난민의 국제적 보호 – Jane Williamson, 채현영 (UNHCR)

4-1교시리사이징.jpg

 

  4교시는 유엔난민기구(이하 ‘UNHCR’)에서 강의를 진행해주셨습니다. 강의를 통해 UNHCR의 역할과 난민 형태 및 요건의 심화적인 내용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선 Jane Williamson연사님께서는 UNHCR은 난민 보호의 1차적 책임을 가진 각 국가가 이를 수행하지 않거나,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보충적으로 난민을 보호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보호의 내용에는 난민 보호에 핵심적인 강제송환금지 원칙 등이 존재합니다. 더불어, 협약 난민으로 규정된 형태의 난민 이외에도 다양한 난민이 존재하며 그 예로 국내실향민과 무국적자에 대해 언급하셨습니다. 난민 중에서도 특별한 배려가 필요한 소수자 즉, 여성∙노인∙어린이∙환자∙장애인의 경우 그에 해당하는 보호가 각별히 필요한 점도 강조했습니다.

 4-2교시리사이징.jpg

  UNHCR의 채현영 연사님께서는 위 강연에 이어 난민 요건에 관한 심화적인 내용을 질의응답을 통해 전달해주셨습니다. 청중을 향한 연사님의 날카로운 질문은 난민 요건을 둘러싼 쟁점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박해의 주체가 국가가 아닌 사회구성원인 경우도 난민 요건에 해당한다는 점, 시리아의 강제징집 상황과 한국의 군복무 상황이 구별되는 점에 따라 이들이 난민이 될 수 있는 점, 국내피신/대안적 재배치(난민이 본국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여 박해를 피할 수 있다는 주장)가 난민인정절차로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이용되어서는 안 되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5. 난민소송 실무 – 조아라 (법무법인 태평양)

5교시리사이징.jpg

 

  5교시는 태평양의 조아라 변호사님께서 난민소송의 실무에 대하여 강연해주셨습니다. 앞선 피난처의 김수진 연사님께서 행정절차인 난민신청 부분 실무를 강연해주신 것과 연결하여 생각한다면 그 실용성이 배가 되는 강연이었습니다.
  강연은 난민사건 수임에서부터 소송 진행까지로 구성되었습니다. 난민 사건 수임 초기에는 방어적인 난민신청자를 이해하고 면담을 신속하고 빈번하게 진행하여 일관된 진술과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난민 사건 특성상 증거자료 확보가 어려운 만큼, 창의적 방식을 고민하되 기본적으로 출신국가정보∙관련판례∙난민신청자의 기본정보 등을 확보해두는 방식을 숙지해야 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위 일련의 소송과정에서 변호사님께서 강조하신 것은, ‘판단자의 겸손’이었습니다. 난민은 그 불안정한 지위 특성상 진술이 어렵고, 소송 절차에서 끊임 없이 의심받는 존재이기에, 자료를 판단하는 변호사는 자료를 최대한 냉정하게 판단하여 소송을 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6. COI 리서치 및 활용 – 류은지 (난민인권센터)

6교시리사이징.jpg

 

  난민 신청 절차나 소송에서 증거자료 및 판례 확보의 중요성을 실감할 때쯤, 난민인권센터의 류은지 연사님의 ‘COI 리서치’에 관한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COI는 본국정황보고서(Country of Origin Information)의 약자로 난민지위를 심사하기 위한 절차에서 사용되는 정보입니다. 이 정보를 통하여 난민신청자의 진술을 이해하고 신빙성을 높일 수 있기에 COI를 리서치하고 활용하는 기술은 중요합니다.
  따라서 강연은 COI 리서치가 필요한 시점과 COI 해당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COI 사용의 절차적 기준을 알아보고, COI의 한계를 검토하는 것으로 구성되었습니다. COI 리서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신청인에게 유리하게’라는 원칙을 난민사건 절차에서 강조하는 것이었습니다. COI의 한계로는 자료 조사 결과의 신빙성 문제였는데, 이는 자료의 출처를 확인하고 다양한 자료 간 모순이 없는지 크로스 체킹을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COI 조사에 유용한 사이트로 RefWorld, 구글 등이 제시되었고, 이를 활용하는 실습시간을 가지며 6교시가 종료되었습니다.

 

  7. 난민 요건 및 판례 – 이일 (공익법센터 어필) 

7교시리사이징.jpg

 

  마지막 강의는 어필의 이일 변호사님께서 진행해주셨습니다. 강의내용은 난민 요건과 관련한 국내외 판례를 통해 난민 사건을 이해하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난민사건과 관련한 국내판례는 일관성이 없으며, 상황마다 난민의 신변여부에 기준을 두고 판단합니다.
  최근 주목할 만한 판례로는 ‘의심스러울 때에는 난민신청자의 이익으로’ 원칙의 실질적 의미를 설시한 2015구단53094와 ‘면접조사 없이 서류심사만으로 난민인정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설시한 2015구단10691 판례가 있습니다. 강연은 최근 판례 외에도 국내외 난민사건 판례를 통해 난민 요건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에 저항하는 난민과 활동가 그리고 변호사들의 노력을 보여주었습니다.

 

   8. 정리하며

8마지막리사이징.jpg

 

  박해의 경험에 관한 난민신청인의 진술을 평가할 때 그 진술의 세부내용에서 다소간의 불일치가 발견되거나 일부 과장된 점이 엿보인다고 하여 곧바로 신청인 진술의 전체적 신빙성을 부정하여서는 아니되고, 그러한 불일치∙과장이 진정한 박해의 경험에 따른 정신적 충격이나 난민신청인의 궁박한 처지에 따른 불안정한 심리상태, 시간의 경과에 따른 기억력의 한계, 우리나라와 서로 다른 문화적∙역사적 배경에서 유래한 언어감각의 차이 등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진술의 핵심내용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일관성 및 신빙성을 평가하여야 한다. (2010두27448 판결)

  난민 법률지원 교육을 들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판례가 아닌가 합니다. 난민의 경험은 비상식적이고 감당하기 어려운 폭력으로 구성됩니다. 그러하기에, 난민신청자의 신뢰성 여부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난민의 경험을 수용하면서, 난민 요건의 범위를 확대하고 난민인정 절차에서 주어진 권리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합니다. 난민법률지원교육은 조력의 절실함을 이해하고 이에 따른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동천 13기 인턴 김현지, 송혜전